"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상황"
또 다른 주민 B씨(여)는 “사전에 주민에게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발표가 너무 갑자기 이뤄져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인터뷰 도중 한 도의원이 지나가자 “이런 건 미리 주민에게 연락을 줬어야죠”라며 그를 불러세우고 항의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 이황1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는 이승우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과 엄태준 이천시장 등이 참석해 이황1리 등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 주변 9개 리 주민 대표 20여명에게 협조를 구했다. 9개 리 주민은 모두 2359명이며 이황1리 주민은 276명이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도 “우리 집이 국방어학원과 제일 가까운데 격리되는 사람들이 실내에만 있는 것이냐” “마스크 공급이 떨어진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물자 공급은 확실한 것이냐” 등 걱정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정책관과 엄 시장 설명에 대체로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교민도 국민…정부 입장 존중"
김화영 신둔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역지사지’라고 나와 내 가족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며 “이천시민 입장에서는 방역만 제대로 될 수 있다면 플래카드라도 제대로 걸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린 부발읍 이장단협의회장도 “국방어학원이 우한 교민 격리시설로 선정된 데 대해 (이장단끼리)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심사숙고해 결정했을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국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정부 결정을 존중하고 협력하겠다”며 “국가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엄 시장은 “중앙정부에서 심사숙고해 결정한 거라 심리적으로야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며 “마을 주민들을 충분히 위로하고 추후 이천시라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 진입로 2곳에 차량 소독설비를 곧 설치하고, 9개 리 주민들에게 방역 마스크와 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지급할 방침이다.
3차 귀국자 170여명은 12일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국가지정격리병상에서 검사를 받은 뒤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에서 16일간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잠복기 14일에 국방어학원 도착일과 퇴원일 2일이 더해진다.
국방어학원은 군 장교와 부사관에 대한 어학교육을 전담하는 군용 교육 시설로, 지상 4층 건물에 353실을 갖추고 있으며 이천시 도심과는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져 있다.
이천=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