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야구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아직은 젊은 후배와 경쟁할 만하지만, 힘과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마흔 살을 앞둔 나이에 계약도 쉽게 풀릴 리 없다. 2020년, 이들은 야구 인생의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 멤버
10여년 한국 야구 간판, 올해 38세
훈련 앞장, 야구 인생 마지막 싸움
이대호는 지난해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즌 막판 2군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롯데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로 인해 롯데는 사장과 단장, 감독까지 바뀌었다. 롯데 소속 자유계약선수(FA)였던 손승락(38)이 계약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등 베테랑을 대하는 구단 분위기가 냉랭하다.
올해로 총액 150억원의 4년 계약이 끝나는 이대호도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호가 어느 해보다 절박하게 시즌을 준비하는 이유다. 이대호는 “지난해 팀 부진은 내 책임이다. 올해는 내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이 올라가야 한다. 기량은 아직 자신 있다. 지금까지 계약을 생각하고 야구를 한 적은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날렵해진 몸으로 1루 수비까지 하고 있다. 올해도 지명타자를 맡을 전망이지만, 전준우 등과 번갈아 1루수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자신이 수비까지 한다면 팀 공헌도가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
김태균은 지난 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었다. 2년 계약이 이뤄질 거라 예상됐는데, 시장은 얼어붙었고 협상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난달 말 캠프로 떠나기 직전 김태균은 “올해 좋은 성적을 내서 재평가받겠다”며 1년(10억원) 계약을 구단에 제안했다. 김태균은 “2018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한화가 지난해 하위권(9위)으로 떨어졌다. 후배들과 함께 재도약하고 싶다. 타격 정확성은 자신 있다. 떨어진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2년생 친구들 모두 힘내자”며 웃기도 했다.
한화에서 정근우는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밀렸다. 지난해 4위이자 올해 우승을 노리는 LG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정근우는 “다시 2루수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예전 기량을 100% 찾을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하겠다. LG에 도움 주고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테랑 정근우는 젊은 후배로 구성된 캠프 선발진에 합류,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훈련 중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