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계의 감독상 수상은 대만 감독 이안에 이어 봉 감독이 두 번째다.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당초 감독상에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던 샘 멘데스 감독의 제1차 세계대전 영화 '1917'도 제쳤다. 2001년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케빈 스페이시)‧촬영상 5부문을 수상한 멘데스 감독은 19년 만에 다시 트로피를 노렸다.
봉 감독은 감독상에선 '아이리시맨'으로 9번째 후보에 오른 노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도 제쳤다. 스코시즈 감독은 1981년 '성난 황소'를 시작으로 이번에 9번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 수상은 2007년 '디파티드'가 유일하다.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정말 감사하다.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마틴의 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고 외쳤다.
이어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