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자유한국당의 ‘구애’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10번 찍으면 안 넘어갈 나무 없다지만 어떤 이는 10년간의 영입 제안에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임오경) 전화로 넌지시 와달라고 했지만, 상대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른 채 거절했다.(강형욱) 어떤 이의 거절에는 안타까움이 깊었지만(김웅) 어떤 이의 거절은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원종건)
물론 짝사랑만 하지는 않았다. 한국당은 7일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영입했다. ‘탈북인권운동가’ 지성호 대표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코치 영입을 시작으로 ‘성인지 감수성’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전주혜 변호사, ‘공익제보자’ 이종헌 씨도 합류했다.
한국당과 손잡을 땐 이미지 타격?
“사귈 수는 있지만,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 자체를 봐야 한다지만 주변 시선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당 이미지는 입당 선택에 있어 큰 비중으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나이 들어 보이는, 즉 꼰대 이미지가 있는 한국당은 그런 점에서 열세다. 지난 5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한국당 가서는 미래가 없다, 패가망신한다”고 대놓고 비아냥 대기도 했다.
실제 김은희 코치는 “한국당 이름만 들어도 인상을 썼다”고 토로했다. 한국당에 영입된 한 인사는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은데 한국당은 특히 완고한 이미지가 강하고 세간에 안 좋은 이야기도 많다”며 “나도 그런 점 때문에 고민했는데, 거절하는 이들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상대?
사람들 간에 궁합이 있게 마련이듯, 당과 정치인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반대가 끌리기도 한다지만 너무 결이 다르면 애초 결합 자체가 쉽지 않다. 한국당을 외면한 것은 당의 색을 고려하지 않은 '타겟팅의 실패'인 측면이 있다.
한국당은 ‘국민 참여’와 ‘국가경영’ 두 카테고리로 인재를 영입한다. 전문가를 영입하는 국가경영 쪽은 인재 영입이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고 젊으며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국민 참여에서 난항이다. 이 또한 누적된 이미지 탓이 크다.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상대
불투명한 미래도 한국당을 선택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영입 인재로 들어오는 정치 신인들은 비례대표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뀐 선거법에 따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킨 한국당은 자체적인 비례의원은 내지 않을 계획이다. 한국당 계열로 비례의원이 되려면 모두 미래한국당으로 가야 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입사하자마자 이직을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동열 위원장은 “영입제안을 할 때 '구조적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흔들리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에 영입된 한 관계자는 “아직 비례 순번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보수통합도 논의되는 상황이라 아직 말을 꺼낼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추가적인 인재영입에 기대를 걸어 달라는 입장이다. 염 위원장은 “한 두 번에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깜짝 놀랄 인물도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