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자녀는 한 아이돌 그룹 메인보컬의 팬이다. 이 가수는 주말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알려지기 전 어렵게 아이를 위해 콘서트 티켓을 구한 A씨는 ‘스스로 발목을 찍었다’며 자책하는 중이다. 아이는 신종코로나 우려보다도 아이돌 가수를 보고 싶어하고, A씨는 티켓을 선물했음에도 "안 가면 안 되냐"고 사정하는 상황이다. A씨는 “못 가게 하면 부모 원망만 할텐데 그냥 연기할 수는 없는 건가”라며 “혹시라도 그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게 된다면 어찌 될지 생각도 하기 싫다”고 불안해했다.
“확진자 느는데 강행 부적절”
콘서트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인 소속사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사전 취소는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공지했지만 취소표가 거의 없어 회의 끝에 공연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연장 안팎에서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공연장이 실내체육관인 데다가 많은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만큼,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감염 및 전염 우려가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와 이 문제로 다퉜다는 한 학부모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공연을 한다는데 어떤 팬이 취소를 하겠나”라며 “취소표가 적다는 이유로 공연을 강행하는 업체 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연이 열리는 지역에 거주하는 이모(34)씨는 “해외 팬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지역 주민 입장에서 불안한 일”이라며 “계속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콘서트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염 우려에 취소되는 행사들
전문가들은 콘서트의 강행에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지현 인하대 감염내과 교수는 “공연장은 관객들 간 거리가 1~2m에 불과해 유증상자와 함께 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실내경기장은 야외와 공기 흐름이 달라 만약 경기장 안에 환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며 “정말 가고 싶은 팬이라면 증상을 숨긴 채 약을 먹고 들어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 단계 공표와 함께 각 소관 부처가 실질적인 조치를 내려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콘서트와 같은 행사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로 쉽게 전파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려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이후연 기자 park.k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