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저라도 종로 출마”…공관위 “황교안 어쩔거냐” 격론

중앙일보

입력 2020.02.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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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종로가 고차방정식이 됐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행 여부 때문이다. 황 대표의 선택에 따라 향후 네댓 수순이 달라진다. 정작 황 대표는 선택을 늦추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오후 2시 30분부터 두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황 대표의 출마 지역에 대해서 향후 공관위원들과 일대일로 심층적인 대화를 나눈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황교안 불출마’론에 대해선 “그것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공관위원들 의견 갈려 결론 못내
박완수 “황 출마는 민주당 프레임”
일부는 “황 일병 구하기로 가나”
종로 무주공산 홍정욱 차출론도

이날 공관위 회의는 황교안 종로 출마론과 신중론이 충돌하는 자리였다. 당초 공관위원 상당수는 “피하지 말고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황 대표가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더 늦어지기 전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기류도 형성됐다고 한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공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종로에 오라’는 프레임은 민주당이 만든 거 아니냐. 종로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반면 일부 공관위원은 “종로에 몸을 던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여럿(윤보선·노무현·이명박) 있지만, 종로를 피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공관위원은 회의 뒤 “‘황교안 일병 구하기’로 (공천이) 흘러가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황 대표 자신은 이날 오전 종로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총선 행보는 제가 판단하고, 제 스케줄로 해야 한다.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김병준 전 위원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종로는 전국 선거를 견인해야 하는 곳인데, 최근 논란으로 당이 다소 수세적 입장에 처했다”며 “여전히 상징성을 지닌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당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나에게 제안을 한다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에게 연락해 종로 출마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한국당 원외 인사 두 명도 김형오 위원장을 접촉해 종로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당내에선 전희경 당 대변인이나 홍정욱 전 의원을 차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 전 의원은 해외에 있다가 6일 귀국할 예정이다.
 
공관위로선 종로가 안 풀리니 진도를 못 내고 있다. 황 대표의 출마지를 발표할 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 중진 인사들에 대한 거취도 함께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데서 드러나듯 서로 연동돼 있어서다. 한 당직자는 “황 대표가 험지 출마나 불출마하는 자기희생을 해야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그리고 영남 의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선 황 대표가 서울 용산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주시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출범=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공식 출범했다. 미래한국당행이 확정된 한국당 현역 의원은 4명이다. 한선교 대표를 비롯해 김성찬·조훈현·최연혜 의원 등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12명)에게 당 이적을 권유하고 있다.
 
손국희·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