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이 수필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소개한 자신만의 라면 레시피다. 라면은 누구나 한 번 쯤은 만들어봤을 정도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가장 쉽고 익숙하게 만나는 메뉴다. 그런 라면이 최근 1인 예능과의 결합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의 각종 도전을 다룬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뽕포유’는 최근 트로트 가수에 이어 라면 요리사 도전으로 꾸려가는 중이다. 유재석이 1인 라면집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박명수, 홍현희 등 동료 개그맨들이 대거 방문한 1일 방송은 10.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 자릿수 시청률 역시 처음이다.
나영석 PD가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인 ‘라끼남(라면을 끼리는 남자)’도 강호동과 라면을 내세운 1인 예능이다. 유튜브 등을 겨냥해 제작한 ‘라끼남’은 평균 조회수가 100만건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강호동이 전국을 돌며 상황에 따라 레시피를 바꿔가며 라면을 끓여 먹는 내용이다. Olive와 tvN에서는 6분간 방송되고, 유튜브로 10~15분 가량의 풀버전이 공개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 예능의 주인공은 셰프였다. 유명 셰프들이 나와 현란한 요리 솜씨로 담아낸 음식을 선보이고 연예인들은 이를 맛보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셰프 대신 연예인들이 라면을 매개로 주도하는 분위기다. 이런 변화에는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1인 예능의 확신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콘텐트로서 라면의 장점에 대해 “다루기 쉽고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이지 않고 혼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해 1인 예능에 적합하다”며 “예를 들어 강호동은 ‘라끼남’에서 산이나 바다에 가서 그곳의 재료를 활용해 라면을 만들어내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라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의 한 PD는 “1인 방송은 쉽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이게 정말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라며 “준비와 조리과정이 간단하고 출연진이 음식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예능과 결합하기 좋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