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의 확인 결과 각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의 대거 입국을 앞두고 졸업식‧입학식 같은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고, 자가격리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설이 마땅치 않고, 격리 학생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은 3월 초 개강을 앞두고 중국에서 돌아오는 학생들을 자가격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국내 대학에는 7만 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인데, 지난해 기준으로 경희대(3839명), 성균관대(3330명), 중앙대(서울·3199명) 등 서울 소재 대형 대학에 몰려 있다.
기숙사 격리수용 검토…시설 부족 우려
중앙대도 방학 동안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학생은 14일간 숙소에서 자가격리하게 조치했다. 또 2월 말 기숙사에 입소하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2주 이내 발급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의심환자 수용을 위해 외부 기숙사 2개 층도 비워 놨다.
인하대도 2월 말 기숙사 공식 입소일을 앞두고 중국에서 돌아올 학생들을 자가격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숙사 한 개 동을 활용해 중국인 유학생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숙사 시설이 충분치 않은 대학들은 유학생 수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 소재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가 충분치 않은 데다 대부분 2~4인실로 돼 있어 중국 유학생을 한명씩 격리하다 보면 원래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기숙사에 중국인 학생을 한 명씩 격리하면 한국 학생들은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며 “격리 해제 후 의심 환자들이 머물렀던 기숙사에서 지내기를 꺼리는 학생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해도 개인 활동 어떻게 막나”
중국 유학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벌써 중국 유학생들이 다른 나라도 감염 발생하는데 중국만 격리하느냐는 항의가 나온다. 자가격리한다고 해도 24시간 붙어서 감시하지 않는 한 개인 활동까지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졸업식‧입학식을 취소하고 개강을 연기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경희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KAIST·UNIST 등은 졸업식과 입학식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3일로 예정됐던 총장 취임식도 하지 않고, 경희대와 서강대는 각각 1주, 2주씩 개강을 연기한 상태다. 단국대도 개강을 2주 미루기로 했다.
중국 대학과 예정됐던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대학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가천대는 해마다 2월에 진행하던 교환학생 중국 파견을 보내지 않기로 했고, 성균관대는 상반기 중국 대학과 예정됐던 학생 교류를 취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면적인 유학생 입국 금지와 개강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대학 개강을 전면 연기하고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유학생 등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5일 대학 개강 연기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민희·남윤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