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한 공천관리위원은 3일 “영남권 의원 컷오프(공천배제)에 6ㆍ13 선거 결과를 반영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몇몇 기초단체 지역은 의원 지역구에 일부만 걸쳐 있고 무소속 변수도 있어 이를 반영해 득표차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한다. 이 위원은 “컷오프 여론조사 등 문제로 아직 관련 논의가 본격 진행되진 않았지만 곧 짚고 가야할 문제”라고 했다.
TK(대구ㆍ경북), PK(부산ㆍ울산ㆍ경남)는 한국당의 정치적 기반이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이 지역 의원들이 ‘물갈이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당 표밭인 TK 공천은 당 쇄신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앞서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도 “TK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절반 이상 물갈이 방침을 밝혔다.
6ㆍ13 지방선거는 한국당에게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한국당은 당시 이른바 책임공천을 시행했다. 시ㆍ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이,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은 해당 지역 의원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17석의 시ㆍ도지사 중 2석(대구시장, 경북지사)만 건졌고, 226석의 기초단체장 중 53석만 얻었다. 서울에선 구청장 25석 중 24석(서초구청장 제외)을 민주당이 쓸어 담았다.
특히 한국당의 아성인 TK에서도 기초단체장을 7석 내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40.8%)가 한국당 이양호(38.7%) 후보를 꺽고 구미시장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에서도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한국당 조성제 후보를 꺾고 달성군수 자리를 꿰찼다. 이외에도 한국당 의원이 버틴 안동ㆍ영천ㆍ김해시장과 봉화ㆍ울진군수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칼바람 맞는 TK는 ‘반발’
참패 다음날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모두가 제 책임”이라며 사퇴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현역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선거 직후 김무성ㆍ김정훈ㆍ윤상직ㆍ정종섭ㆍ조훈현ㆍ유민봉 의원 등이 불출마를 시사했고, 이들은 최근 실제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칼바람에 영남권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TK 지역 의원은 “TK와 PK 의원 상당수가 초ㆍ재선”이라며 “능력이 아니라 지역을 이유로 배제한다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재 PK에서는 총 7명의 의원(김무성ㆍ김도읍ㆍ김성찬ㆍ김세연ㆍ김정훈ㆍ여상규ㆍ윤상직)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TK에선 정종섭 의원만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일 대구 의원들과 오찬을, 경북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다. TK 물갈이론 속에 반발을 달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황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 한선교 의원에게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가칭) 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한 의원이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며 “정당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손국희ㆍ이가람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