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워라밸’ 확산 바람…‘퇴근 뒤 업무지시 금지’ 조례안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2020.02.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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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외 전화·문자메시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울산시가 지난달 23일 입법 예고한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가정 친화적 근무여건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 조례안이다. 조례안에는 ‘시장은 공무원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시장은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전화·문자메시지·SNS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조례안은 3월 임시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면 4월 초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또 4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우 연 3일의 범위내에서 보육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추가됐다.  

서울 이어 울산시도 휴식권 강화
일부는 민원 처리에 차질 우려

울산시처럼 공직사회에서 퇴근 후 업무 지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례안이 잇달아 제정되고 있다.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퇴근 후 업무지시를 하지 못 하게 한 데 대한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규제로 자칫 민원 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2017년 9월 퇴근 후 SNS 등으로 업무지시하는 것을 근절하는 방안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11월 광주광역시도 이 같은 내용의 조항을 조례에 넣었고 이듬해인 2018년 3월에는 서울시 자치구 중 서초구가 처음으로 근무시간 외 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근절을 명시한 조례를 개정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공직사회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위해 근무 시간 외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근로 여건을 갖추기 위해 공직사회부터 선도적으로 워라밸 문화를 장려해야 민간 분야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편에선 조례를 통해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근무제도를 유연하게 다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한 구청 공무원 장모(35)씨는 “퇴근 후에도 구청에 민원인의 전화가 오는데 당직을 서고 있는 직원이 대응하다 보면 해당 민원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담당 직원에게 연락해 답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퇴근 후 업무를 하게 된 경우가 있다면 추후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