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성장을 넘어 역성장 우려를 스스로 토로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보험업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금융지주사들은 알짜 보험사가 나오면 군침을 흘린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보),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이 각각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됐다. 올해에도 인수금액만 2조원으로 추산되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KB금융이 뛰어들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미 더케이손해보험을 1000억원 대에 인수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제로성장’이라는 보험사를 사들이는 이유는 뭘까.
저금리에 비은행부문 확장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이 자산과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다. 2019년 6월 기준으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자산의 78.7%, 순이익의 75.1%가 은행 기반이다. 그런데 저금리 등으로 은행의 성장성과 이익 전망은 당분간 밝지 않다. 은행 수익의 주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9년 1분기 1.62%에서 3분기 1.59%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 중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한과 국민의 리딩뱅크 다툼
리딩뱅크 자리는 금융지주 회장의 주요 성과지표가 되기도 한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12월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며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을 통해 리딩 금융그룹으로 이끈 점 등을 주된 사유로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돼, 3연임에 도전하게 된다.
고성장하는 인슈어테크 분야
하나금융지주도 최근 하나캐피탈·하나벤처스·하나생명 등을 통해 인슈어테크 업체 보맵에 8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이유로는 온라인 보험시장의 향후 성장가능성과 신기술금융 경쟁력 확보 등을 내세웠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더케이손보는 규모도 작은 데다 최근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는 자동차 보험을 위주로 돼 있는 곳”이라며 “이번 인수는 종합손해보험사 라이선스를 사들여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 인수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11년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생명을 출범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NH투자증권 조보람 애널리스트는 지난 22일 ‘KB와 푸르덴셜생명보험이 만난다면?’ 보고서를 통해 “오렌지 라이프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M&A 특수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경쟁심화로 인한 영업부진으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