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내·외국인과 확진환자의 접촉자를 능동 감시 대상에 올려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전화로 발열 등의 증세 발현 여부를 체크한다. 확진환자 접촉자 중 밀접접촉자는 자가격리 명령을 한다.
12명의 확진환자 중 여기에 들지 않던 사람이 3명이다. 7번, 8번, 12번 환자이다. 대표적인 환자가 12번이다. 일본에서 감염된 뒤 국내로 입국해 발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중국 국적자인 12번 환자(49세 남성)는 최근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 관광 가이드를 하는 그는 일본에 업무차 방문했다가 지난달 19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국내 환자 12명 중 2차ㆍ3차 감염(6번, 9번, 10번, 11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한 방문 이력이 있는 중국 입국자들이다. 12번 환자가 유일하게 일본에서 감염된 상태로 들어온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의 방역 레이더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능동감시, 자가격리 등의 관리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이 환자는 일본 내 확진자와 접촉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정확히 언제 감염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일본의 최초 2차 감염자인 관광버스 기사, 버스에 탔던 가이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일본에서 확진된 환자와 12번째 확진자가 같이 노출이 된 건지, 아니면 일본 확진자로부터 12번째 확진자가 노출됐는지 그런 내용들은 역학조사를 해 봐야 감염경로는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 후 자진신고하기까지 12일 동안 지역사회에서 제약 없이 생활했다는 의미다. 이 환자는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증상 발현 시점은 심층 역학조사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7,8번 환자는 서로 아는 사이다. 우한에서 육로로 청도로 이동해 같은 비행기에서 나란히 앉아서 입국했다. 지난달 23일 입국 당시 증세가 없어서 공항 검역에서 체크되지 않았다. 7번 환자는 지난달 26~28일 기침 증상이 있었고 지난달 29일 증상이 지속 보건소에 신고했다. 8번 환자는 지난달 25일 기침과 가래 등의 가벼운 감기 증상이 생겼다. 지난달 27일 군산의 내과를 방문했고, 28일 군산시보건소에 신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8번 환자가 능동감시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 사람(8번 환자)은 우한에서 청도공항으로 입국했다. 우한공항에서 직접 입국한 게 아니다. 우한공항에 예약기록이 있으면 우리가 명단을 받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연계 예약이 없다"며 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 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는 보긴 어렵다. 지역사회 내에서 환자와의 단순 접촉 등으로 발생한 미지의 환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12번 환자는 국내에서 다른 이에게 감염된 게 아니라 해외에서 감염된 채 들어온 ‘유입’ 환자다.
정부가 발표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도 현재 두 번째로 높은 경계 수준이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눠진다. 심각 단계는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이 지역사회에 대규모로 전파되거나 전국적으로 퍼졌을 때에 적용된다. 경계는 해외 신종감염병의 제한적 전파를 의미한다.
엄 교수는 "지금이 딱 (위기경보) 경계 단계다. 앞으로 중국 방문력과 무관하게 열나고 기침, 가래 나는 사람을 다 검사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