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변호인단은 "할만한 싸움이 됐다"고 하지만 검찰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반박한다.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검찰과 변호인, 전·현직 판·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대법, 직권남용 판시에 檢·조국측 서로 다른해석
검찰의 주장
검찰은 이 죄명을 근거로 30일 대법원의 직권남용 판결이 조 전 장관 재판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말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번 대법원의 판시는 직권남용의 요건 중 '의무에 없는 일'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을 뿐 조 전 장관에 적용된 '권리행사방해'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감찰 중단)으로 기소했지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해 기소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직권남용이라도 범죄 구성의 요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청와대 직제상 특감반원은 감찰 의무를 갖고 있기에, '의무'의 문턱을 높인 대법원 판례를 따르더라도 특감반원에겐 감찰에 관한 고유의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권리행사방해에서 특감반원의 권리를 또 하나의 의무라 해석할지라도 대법원이 높인 '의무의 문턱'엔 충분히 포섭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는 "특감반의 감찰업무는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고 나와 있다.
조국측의 주장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중단 지시는 상급기관인 민정수석이 하급기관인 특감반원에게 행정업무에 관한 지시를 한 것이라 주장한다. 행정기관 내의 직권남용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례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결과 함께 지난 9일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판결에도 주목한다. 조 전 장관측은 "안태근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무에 없는 일 중 의무가 '구체적 법령에 기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특감반원의 감찰 업무에 관한 구체적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감반원에겐 침해받을 권리가 의무가 없고 민정수석의 감찰 중단 지시는 법령 위반이 아닌 정무적 영역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의 의견
대법원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직권남용죄에서 검찰의 '입증 책임'이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과거엔 직권만 남용하면 직권남용죄 성립에 무리가 없었지만 이젠 직권을 남용한 뒤에 벌어진 상황도 철저히 살피자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라 말했다.
직권남용의 성립 요건인 '의무에 없는 일' 또는 '권리행사방해'와 관련해 그 의무가 무엇인지, 침해된 권리가 무엇인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현직 판사는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의 주장처럼 특감반원이 민정수석의 지시만을 따라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검찰 역시도 특감반원이 침해받은 권리에 대해 구체적 법령과 기준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박사라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