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신종플루(H1N1)가, 박근혜 정부에선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병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어디로 두느냐 등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식과 그 결과는 그때마다 달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사스를 명명한 건 2003년 3월 17일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정부 조직이 진용을 갖추기 전이었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건 전 총리가 직접 나서 사스 대응을 지휘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된 셈이다. 사스 정부종합상황실을 출범시켜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사스 대응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 국립보건원을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분리돼 있던 검역과 방역 기능을 통합해 전염병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이후 전염병 유행 시 질병관리본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는 또 NSC 내 위기관리센터가 대응해야 하는 33개 국가 위기 유형에 전염병도 포함해 표준매뉴얼과 실무매뉴얼을 만들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실패한 방역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일이 지나서야 구성됐다. 이후 대책본부장이 질병관리본부장에서, 복지부 차관, 복지부 장관으로 계속 바뀌고, 여러 조직을 잇따라 출범하면서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내에서 6개월 동안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데 비판도 있다.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가 전문적인 영역까지 총괄하는 게 맞냐는 점에서다. 미국은 전염병이 발병하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센터장은 전권을 가지고 방역작전을 진두지휘한다. 지역 통제 명령도 센터장이 내린다. 백악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지 않는다. 프랑스의 국립보건통제센터(INvS), 일본의 국립감염증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청와대가 전문적인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에 위임하면서 이번 사태를 대처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전문성을 가지고 결정할 부분까지 청와대가 끼어들면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