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청년특보 출신의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이 3년에 걸쳐 내연녀를 폭행 감금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내연녀를 성남 근교 야산으로 데려간 뒤, 차 안에서 폭행하고 아이들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내 협박하는가 하면 변태 성행위를 요구하고 강제로 동영상 촬영을 하는 비상식을 넘어 죄질이 극히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소장은 적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의원을 탈당시키고, 성남시의회 민주당 의원협의회가 “모 의원 개인 일탈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내는 걸로 손을 털었다. 지역 단체들이 “당 차원이 아닌 개인의 일탈로 합리화한다”고 비난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
여당 성추문은 구조적인 참극
탁현민 감싼 대통령부터 문제
자신들만 정의란 독선 버려야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정치권을 뒤흔든 성 추문과 여성에 대한 범죄는 민주당 쪽에 유독 많다. 안희정부터 원종건까지 꼽기도 힘들 정도다.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정의라는 선민의식, 여권의 성 추문엔 이상하게 관대한 여성단체와 알아서 보도를 ‘자제’해주는 언론의 엄호가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미투당’으로 추락시켰다. 만일 원종건이 한국당의 영입 인재였다면 어땠을까. “지상파 뉴스 첫 꼭지로 시작해 우한 폐렴 뉴스 다 묻히고 모든 언론에서 종일 원종건 얘기만 했을 것이며 원종건 집 앞엔 대한민국 페미니즘 단체는 다 모여들고, 핸드폰엔 매일 욕설 문자 5만개가 와 있을 것”이란 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추측이 현실로 됐을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부터 책임이 크다. 취임 넉 달 만에 미국 방문길에서 대통령 경호진이 여성 인턴을 성희롱한 사건이 터졌지만 쉬쉬하고 넘어가려다 교포신문의 폭로로 뒤늦은 사과를 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등과 가슴 차이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테러당하는 기분” 같은 글로 비뚤어진 성 의식을 드러낸 탁현민을 청와대 행사 의전을 도맡는 ‘실세 행정관’으로 중용한 것이다. 정현백 여성부 장관과 민주당 여성 의원들조차 탁현민 경질을 건의했지만 단칼에 잘랐다. 그래놓고 공무원들에겐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색원해달라”고 요구했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또 있을까. 진보 진영도 가관이었다. 한국당 여가위 간사인 송희경 의원이 꾸준히 탁현민 경질을 요구하자 “탁현민에 집착한다”며 ‘관종’으로 몰아갔다. 좌파가 조국 사태에서 써먹은 “메시지에 밀리면 메신저를 공격한다”는 수법이 여기서도 작렬한다. 대통령이 우군이 돼주니 탁현민도 안하무인이었다. 청와대 입성 직후 논란이 불거지자 “적당한 때 그만두겠다. 오래 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이내 말을 뒤집고 버티기 모드로 들어간 끝에 1년 반이 지나서야 청와대를 떠났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지경이니 민주당 안팎에서 하루가 멀다고 성 추문이 터져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들 성 추문은 결코 일회적이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야당을 ‘성누리당’이라고 욕하고 자신들은 여성의 편이라 떠들면서 당내에서 벌어진 온갖 성 추문을 감추고 비호해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독선이 빚어낸 구조적 참극이다. 이런 비뚤어진 자기기만을 뿌리 뽑지 않는 한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미투당’의 오명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