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전세기로 국내 송환하는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과 관련해 하루 새 결정을 바꾼 정부 행보가 충청 민심을 들썩이게 했다. 대규모 격리 시설 선정 같은 중요 과제를 주민 반발에 따라 오락가락해 불안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귀국 교민이 격리될 아산ㆍ진천의 2개 시설은 모두 공무원 전용 교육 시설이며, 교민 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1인1실 배정이 가능한 곳이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외부 개방을 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애초 정부는 우한 교민을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2곳에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본지는 이를 28일 오전 11시 최초 보도했고, 외교부도 이날 오후 4시쯤 천안 격리를 명시한 사전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30분 뒤 이태호 외교부 2차관 주재 브리핑에선 “민감한 사항이라 현재로선 격리 장소를 밝힐 수 없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어디 한 군데를 콕 집어 발표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최대한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는 측면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를 미룬 이유는 지역 반발 때문이다. 이날 보도 직후 천안 곳곳에 격리 수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랐다. 총선과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이정만 자유한국당 천안갑 예비후보, 박상돈 자유한국당 천안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장기수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도 각각 입장을 냈다. 한결같이 “천안은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충남 출신 여권의 한 유력 인사는 “두 개 시설을 충남(천안)에만 두는 건 부담”이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했다고 한다.
정부가 천안을 격리 후보지에서 제외한 변곡점은 이날 오후 6시쯤 박성식 정부합동지원단장이 우정공무원교육원 인근 주민과 면담한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 30여명은 “검토 중이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천안으로 오면 몸으로 막겠다”며 반발했다. 현장 분위기를 보고받은 행정안전부가 아산ㆍ진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