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저소득층과 노약자 대상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 보급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건 ‘복지과잉’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마스크를 원하지 않은 사람도 많아 예산 낭비란 시각도 있다.
정부 984억 마스크 보급 실효성 논란
저소득층 246만명에 50개씩 지급
지난해 보급품도 경로당 등 방치
전문가 “무분별한 복지 문제될 것”
마스크는 지자체가 읍·면·동 사무소를 통해 주민에게 나눠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에게는 공무원이 직접 가서 전달하거나 경로당 등을 통해 보급한다. 마스크는 1인당 50개씩 준다. 주요 시·도별 올해 마스크 보급사업 예산을 보면 ▶서울 158억원 ▶부산 79억4700만원 ▶대구 57억5900만원 ▶인천 51억8600만원 ▶광주 41억9600만원 ▶대전 24억1300만원 ▶경기 191억6700만원 등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전의 한 구청 복지담당 직원은 “정부가 국민 건강을 챙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마스크 보급이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지난해 보급한 마스크가 아직도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 쌓여 있다”고 했다. 대전지역 동사무소 담당 직원은 “마스크를 직접 주는 것보다는 바우처 형식으로 마스크 구매권을 줘서 필요한 사람이 직접 사도록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2월 마스크(40개들이 464개)를 받았으나 최근까지 절반 정도만 나눠줬다고 한다. 사직1동 담당자는 “주민센터 오면 주고 아니면 상담 나가서 주고 하는데 대상자들이 안 찾아간다. 필요 없다고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해 이 사업을 대표적인 ‘재정 누수’ 사례로 꼽았다.
주민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 서구 주민 배모(78)씨는 “노인은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도 힘들 때가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다니겠냐”며 “일부에서는 ‘국민 입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나눠주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김모(81·강원도 춘천시)씨는 “마스크 대신 라면이나 쌀을 주면 생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대응책으로 마스크를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따르면 만성 호흡기 질환과 심장 질환, 기타 숨을 쉬기 어려운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권고한다.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각종 현금복지 등 무상복지가 넘쳐나고 있는데 정부가 마스크까지 무료로 지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며 “무분별한 복지는 나라 살림을 멍들게 하고 결국 후세에게 짐을 지우게 되는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부산·춘천·전주=김방현·황선윤·박진호·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