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74)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인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2013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삼지연 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간부 중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김 전 비서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전 비서는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김 위원장·이설주 부부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6년 만에 김경희 등판시킨 노림수 뭘까
‘백두혈통’ 단합으로 미국 정면돌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장기화로 정치·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희까지 동원해 체재 결속과 주민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선 주민 대상으로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을 돌파하자는 사상교육이 진행 중으로 안다”며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등장은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향수를 일으키는 한편, 김씨 일가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김여정과 상의해 고모 은둔생활 종료 결정”
이와 관련 정보 당국은 김 전 비서가 평양 근교에서 신병치료 중인 것으로 근황을 파악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또 다른 백두혈통인 김평일 체코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한 것도 김 위원장이 김씨 일가의 좌장으로서 집안을 추스르는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 일가의 근황은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은 그의 재등장에 매우 놀라며 반길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자신의 우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비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고령이고, 당 직책도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들은 대내외 메시지가 필요한 공개행사에 김 전 비서가 얼굴을 비치며 김 위원장 행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