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쇠락한 탄광 도시는 어떻게 살아났나, 빌바오에서 배우는 도시 재생의 3원칙

중앙일보

입력 2020.01.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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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탄광 도시 빌바오는 한때 '죽음의 도시'라고도 불렸습니다. 지금은 도시 재생이 가장 잘 된 사례로 손꼽히죠. 런던대 문화경제학과 김정후 교수는 "흔히 빌바오 하면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리지만, 공공시설과 교통 등 주변 환경의 변화를 보다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폴인의 스토리북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 중 첫번째 스토리에서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김정후 런던대 문화경제학과 교수는 〈폴인스터디 :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에서 성공적 도시 재생의 사례로 빌바오, 리버풀, 테이트 모던 등을 소개합니다. [중앙포토]

 
여러분, 도시 재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어떤 걸 얘기할까요? 빌바오입니다. 스페인의 빌바오를 도시 재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이야기하죠.
 
그런데 스페인에서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7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혹은 유럽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도시가 빌바오였습니다. 그런 도시가 언제부터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 시작했을까요. 바로 도시 재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를 이야기하면 이 도시가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쇠퇴해 지도에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도시가 사람들의 관심으로 떠오르기 시작을 했습니다. 왜 빌바오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됐는지 말씀드릴게요.
 
빌바오는 네르비온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탄광 도시이면서 제철 및 항만 산업 도시입니다. 쇠퇴했을 때 모습은 이랬어요.
 

쇠락한 탄광ㆍ제철도시 빌바오는 한때 '죽음의 도시'로 불렸다. [사진 김정후 교수]

 
산업도시로써 너무 쇠퇴한 빌바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어요. 도시가 버려졌다는 게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의 도시’였어요. 그랬던 도시가 바뀌었어요.


바뀐 모습이 너무 다르니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어요. ‘도시 재생이 이런 거구나. 완전히 쇠퇴한 도시를 이렇게 바꾸는 거구나’ 하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럼 ‘왜, 무엇이, 도시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라고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제일 먼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이야기합니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사례로 불리면서 전 세계 지자체에서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한국에서도 13곳의 지자체에서 연락을 했다고 하더군요.
 

쇠락한 탄광 도시 빌바오는 성공적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났다. [사진 김정후 교수]

 
제가 프랭크 게리의 공헌을, 건축적 공헌을 깎아 내리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것은 이랬던 도시가 바뀌는 과정이 어떻게 되고, 도대체 이것 말고는 다른 변수가 없는 건가 하는 거예요.
 
저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아니라 다른 주변 상황들이 어떻게 살아났기에 빌바오가 재생되었는지를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빌바오는 공공시설을 살렸습니다.  

네르비온 강 주변에 빨갛게 표시된 건물들은 공공건물이에요.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는 강 주변에 모든 공공시설이 있습니다. 서울도 그렇죠. 따라서 강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가 쇠퇴했다는 이야기는 강 주변의 공공시설이 모두 쇠퇴했다는 이야기예요.  
 

빌바오는 네르비온강 주변 쇠퇴한 공공시설을 살려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공공시설들. [사진 김정후 교수]

쇠퇴한 도시의 재생은 결국 핵심이 되는 공간의 공공건물들을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빌바오가 택한 방식은 네르비온 강 주변에 쇠퇴했던 공공시설들 그리고 공공 기반시설을 다시 살리는 겁니다. 첫 번째가 공원이에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옆에 있는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일까요, 시민일까요? 시민들입니다. 직접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스페인 사람입니까, 외국인입니까?, 스페인 사람이라면 빌바오에 사십니까, 아니면 스페인의 다른 도시에 사십니까? 그렇게 설문을 해 통계를 냈더니 공원에 있는 사람들 중 대략 70%가 스페인 사람, 그리고 70%의 60%는 빌바오 사람이었어요. 대다수는 스페인 사람들이고 빌바오 사람이라는 말이죠. 관광객인 외국인의 비율은 적었어요.
 
빌바오 시가 한 일은 네르비온 강에 산책로를 갖췄고요. 잔디를 심었고 보행자교를 만들었어요. 모두 공공시설이에요. 이렇게 도시가 바뀌는 데 얼마의 시간을 투자했을까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은 12년,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한 17~18년 정도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칭송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을까요? 전 세계 연간 방문객 박물관 1위는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연간 방문객이 대략 950만 명 정도 됩니다. 루브르를 제칠 수 있는 박물관은 없어요. 2등은 어디일까요? 대영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세 곳의 순위가 계속 바뀌어요.  
 
우리나라 국립 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얼마나 될까요? 350만 명으로 세계 10위 안에 듭니다. 그럼, 우리가 그토록 칭찬하는 빌바오에는 1년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요? 첫 해에 150만 명이 방문했고 그 이후에는 70만~80만 명 정도로 100만 명도 안 됩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찾는 것 같지만 우리 국립 중앙박물관의 5분의 1밖에 안 가요.
 
그러면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질게요. 만약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그 자리에 빌바오 구겐하임이 없다면, (물론 도시재생에서 전제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구겐하임이 없고 무명의 지역 건축가가 지은 미술관이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세계적 주목을 받긴 했지만, 김정후 교수는 "빌바오가 살아난 건 구겐하임 하나 덕분은 아니다" 라고 강조한다. [중앙포토]

 
차이는 없어요. 심지어 박물관이 없어도 이 공간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빌바오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나 관광객을 위한 요소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쉬고 먹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 공간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겐하임의 존재 여부가 빌바오에 주는 영향은 별로 없어요.
 
구겐하임 미술관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것까지입니다. 공공공간(public space)이 살아나면서 네르비온 강 주변 4.7㎞가 되는 거리가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이걸 보통 재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걸 합리적 개발이라고 봅니다.
 
보전적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원래 있던 거리의 상가를 정비하고 상권을 조성했습니다. 차가 들어오던 도로를 보행자 전용으로 바꾸고 새로운 기반 시설들을 만들었어요. 버려졌던 동산에 조경을 다시 하고 시민들이 쉴 수 있게 녹지를 만들었습니다. 도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살아난다고 해서 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교통입니다. 사람이 20만 명이 살던 도시에 갑자기 25만 명, 30만 명 늘어나고 관광객이 늘어나게 되면 당장 그 도시의 교통에 무리가 옵니다.
 

빌바오시는 두번째로 교통 정책을 펼칩니다.

네르비온 강 중심으로 공공공간을 바꾼 다음, 교통을 바꾼 것이죠. 기존에 있던 지하철을 정비를 하고 노선을 확충하고, 새로운 교통시설인 트램을 설치합니다. 우리 서울에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유럽은 아직 트램을 아직도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데요. 트램이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대단해 보이는 게 있죠. 바로 트램 라인에 있는 녹지입니다.
 
세계 최초 친환경 트램이에요. 트램은 유용한 교통수단이지만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사람들이 주변에 걸어 다니기 좋진 않습니다. 그런데 트램 라인을 녹지로 하면 주변 기온이 한 1.8~1.9도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전체 네르비온 강 주변을 따라 트램이 돕니다.
 
지금 제가 설명 드린 부분을 잘 생각해 보세요. '이것을 도시 재생으로 볼 것이냐, 도시 개발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죠. 저는 절대적으로 합리적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재생이 합리적인 개발이에요.
 
도시재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돈이에요. 돈이 제일 중요하죠. 누구 돈으로, 무슨 돈으로 도시 재생을 하냐는 거죠. 빌바오는 10년 넘게 도시 재생을 했다고 했는데 ‘빌바오라는 도시가 얼마나 돈이 많아서 무슨 돈으로 했을까’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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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내용은 폴인 스토리북 〈변하는 도시, 성공하는 공간 트렌드〉 첫번째 챕터의 20% 가량입니다. 빌바오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 그리고 성공적 도시 재생의 사례인 리버풀과 테이트 모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폴인이 전하는 도시와 공간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께는 〈폴인스터디 :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로컬에서 찾다〉를 추천합니다. 도시와 로컬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폴인 웹사이트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