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의 진범은 33년만인 지난해 9월 드러났다. 1994년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이춘재(57)였다.
이춘재 "14건의 살인, 성범죄 30건 저질렀다"
억울한 옥살이 8차 사건은 재심, 과거 경찰관 등 입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재조사에 나선 결과 윤씨는 과거 잘못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체모 분석결과로 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경찰관들의 가혹 행위 등도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윤씨를 수사했던 형사계장 이씨 등 경찰관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가혹 행위 등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수사과장과 담당 검사도 직권남용 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윤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지법이 재심 개시 결정하면서 다음 달 6일에는 윤 씨의재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윤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이춘재와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국과수 감정서를 쓴 감정인, 수사 관계자 등을 증인 신청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3월쯤 재심 공판기일을 열어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재심리할 계획이다.
경찰도 8차 사건을 이춘재의 다른 범행과 분리해 마무리하고 다음 달 안에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춘재 사건 수사, 아직도 진행 중
안타까운 사연도 드러났다. 1989년 7월 귀갓길에 실종된 초등생(당시 만 8세) 사건도 이춘재의 범행으로 확인됐다. 과거 경찰이 피해자의 유골을 발견하고도 은닉한 정황도 나왔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 이춘재는 물론, 가혹 행위와 사건 은폐에 가담한 과거 수사관계자들은 처벌하진 못한다. 이에 실종 초등생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춘재와 과거 수사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씨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이춘재가 자백한 30여건의 성범죄도 경찰은 현재 9건만 확인해 입건한 상태다. 나머지 20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질 않거나 경찰 조사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과거 수사기록 등을 재분석해 이춘재의 자백 신빙성을 보강하고 있다"며 "끝까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