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29)씨는 지난해 3월 부모님 집에서 나왔다. 당시 이씨는 미취업 상태였다. 60대 중반인 아버지가 의사인 덕분에 생활비 걱정은 없다. 독립생활을 만끽했다. 여행도 하고, 취업준비도 병행했다. 올해 그는 대기업에 출근한다. 한 가구가 두 개로 분리됐지만, 이들 집안의 총소득은 늘어난 셈이다.
분가하면 빈곤 심화?…천만의 말씀, 가구소득 높으면 소득 늘어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
한국노동경제학회지 최신호 게재
"보편적 사회복지정책, 심각한 정책실패…수정해야"
"부양능력 안 따져 고소득층에 복지 지원 모순 발생"
"부양능력에 따른 차등 지원해야 세금 왜곡지출 막아"
분가한 가구 소득 25~42% 늘어
김 교수는 "분가는 소득이 높을 때 더 발생할 확률이 높고, 향후 추가적인 소득증가를 예상하는 경우에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가가 빈곤과 직접 연계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노인 가구 빈곤율 과대 추정…부양 가구 고려 안 하기 때문
즉 빈곤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소득이 높은 자녀세대와 분가하여 노인가구로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계층까지 빈곤 정책의 지원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결국 사회복지지출 재원을 고소득층에 지원하는 비효율을 낳는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우리나라는 보편적 복지 개념을 도입해 실제 빈곤층과 빈곤으로 분류되는 계층을 제대로 식별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예산을 비욜적으로 지출하는 문제를 노출한다.
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과 관련, 노인 가구의 수혜 조건에서 자녀의 부양 능력을 제외하고 있는 것도 보편성만 따져서다.
노인 가구들은 대체로 소득이 높은 가구들의 분가로 인해 발생한다. 부양 능력이 충분한 자녀 세대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이 경우 세대 간 이전지출을 통해 노인 가구의 빈곤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의 부양의무를 무조건적으로 면제할 경우 자녀 세대의 도덕적 해이를 만연시킬 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실질적인 고소득층을 지원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는 심각한 정책실패를 유발한다.
연금제도가 정착된 선진국은 이런 모순적 상황을 최소화한다. 연금을 통한 빈곤 최소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나 기업연금제도가 개인의 노후 보장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 확대될 때까지는 노인 가구를 포함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있어 자녀의 부양 능력에 따라 수혜 자격과 지원규모를 달리 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세금이 왜곡 지출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빈곤층에 대한 정책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