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文정부 들어 10조 껑충···6년 뒤엔 日방위비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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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이 40대를 도입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는 대당 가격이 1000억 원 수준이다.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 국방비가 늦어도 2026년이면 일본 국방비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6년 한국 국방 예산은 71조 2000억원을 넘어서며, 일본 방위 예산 69조 6000억원보다 2% 정도  앞선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현 국방 예산 증가율을 유지한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올해 2020년도 한국 국방 예산은 50조 1527억원, 일본 방위 예산은 58조 3300억원(5조 3222억엔)이다.

무기구매 16조, 인건비는 17조원
화장실 등 여군 시설에 490억원
전차·전투기 등 연료비 7천억원
마스크 164억원, 연 50개로 확대

한국의 국방 예산은 일본 방위 예산 대비 격차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의 국방 예산은 2001년 일본 방위 예산의 3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1년에는 60% 수준, 2020년에는 86% 수준까지 상승했다.
 

2026년에 한국 국방 예산은 일본 방위 예산 수준에 도달하거나 추월할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ㆍ일 간 국방비 역전 현상은 그동안 한국 국방 예산 증가율이 높아진 결과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최근 3년 새 10조원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2011∼2017년간 2.2%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 2.5%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일본 방위 예산은 2000년대 들어온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증가 추세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는 어려웠다. 한국의 최근 5년(2016∼2020년)간 국방 예산 평균 증가율은 6%를 유지해 일본의 1.3% 수준을 크게 압도했다.


한국 국방 예산은 2000년대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3년 간 10조원이 증가해 올해 첫 50조원을 돌파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9년 자료(2018년 예산)를 기준으로 한국의 국방 예산은 ▶러시아(453억 달러)의 84% ▶독일(457억 달러)의 84% ▶프랑스(534억 달러)의 72% 수준이다. 한국 국방비가 일본 방위 예산을 추월하는 2026년 무렵 이들 국가 국방비와도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방부 분석이다.
 
한국의 국방비 규모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G2 국가 앞에선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6433억 달러)의 6%, 중국(1682억 달러)의 23% 수준이다.
 

국방예산 중 무기 구매는 33.3%수준이며 인건비와 유비지에 두 배 더 많은 예산이 쓰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간 50조원 규모를 지출하는 국방비는 어디에 쓰일까. 2020년 국방 예산 항목을 살펴봤다. 무기를 획득하는 ‘방위력 개선비’는 전체 국방예산 중 33.3%를 차지했다. 첨단 무기 도입이 증가하면서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2006년 25.8%에서 2020년 33.3%로 올라갔다.  
 
올해 국방 예산은 전략적 타격 능력과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핵·WMD 위협 대응전력’ 확보에 6조 2156억원을 편성했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가장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F-35A의 대당 가격은 약 1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도입을 시작했는데 2021년까지 모두 40대를 확보한다.
 
국방개혁에 따른 군구조 개편 여건 마련에는 5조 9907억원을 편성했다. 첨단무기 체계를 전력화해 병력 감축과 부대 수 감소에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28대를 도입하는데 대당 가격은 250억원 수준이다.
 

해병대는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도입으로 기동성이 좋아져 더 빠른 상륙작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한ㆍ미 국방 당국은 제51차 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을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연합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군사 능력 보강에 1조 9721억원을 편성했다. 한ㆍ미 연합군의 북한군 장사정포 대응에서 한국군 역할 비중을 더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30㎜ 다련장 로켓(천무)’을 도입한다. 발사차량은 대당 30억원, 한 번에 발사하는 로켓 12발은 2억원 수준이다.
 
국방비에는 첨단 전력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비도 포함한다. 국방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3조 8983억원이 편성됐다. 연간 365일 기준으로 매일 106억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MLRS(다연장 로켓포)가 화력 시범을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장병 인건비와 장비 유지비 등을 포함하는 ‘전력운영비’는 '방위력 개선비'보다 두 배 더 많은 66.7%를 차지한다.  
 
역시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급여에 총 14조 5906억원, 연금에는 3조원을 배정했다. 이 중 병사봉급은 2조 1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월 40만 6000원(병장)에서 올해는 54만 1000원으로 인상된다. 2022년에는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인 월 67만 6000원에 도달할 예정이다.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비도 오른다. 지난해 3만 2000원에서 올해는 4만 2000원으로 인상한다. 동원훈련비는 2016년 7000원을 지급한 이후 2017년 1만원에 이어 2018년 1만 6000원으로 지속해서 증가해왔다.
 

훈련에 참여한 군 장병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올해는 장병 1인당 50개가 지급된다. [뉴스1]

 
장병 복지 예산은 다양하다. 대기질 악화에 따른 건강 문제를 고려해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은 기존 연 18개에서 50개로 확대해 연간 164억원을 편성했다.급식과 피복 관련 예산은 총 2조 2482억원이며 이중 장병 급식 예산은 1조 6404억원이다. 이 중 85% 수준인 1조 2199억원은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 급식(일 3식)에 쓰인다. 나머지 15%는 간식 구매 및 부대 밖 식사비로 지출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전체 간부 중 5.5%인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군 전용 화장실 등 편의시설 961개소를 설치하는데 490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육군 제8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1A2전차가 야외 실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장비 운용에는 유류가 쓰인다. [사진 연합뉴스]

 
군에서는 장비 운용에 필요한 연료 소비가 많다. 2020년 연료 예산은 7862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각종 유류(경유ㆍ등유ㆍ휘발유ㆍ항공유 등) 약 550만 드럼과 천연가스(LNG) 6600만㎥, 액화석유가스(LPG) 2400만kg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이다.연간 장병 1인당 2드럼을 소비하는 수준이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