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760명 중 한명만 달랐다, 추미애 원포인트 발탁은 서지현

중앙일보

입력 2020.01.23 15:14

수정 2020.01.23 19:07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전직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리며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가 2018년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던 모습. [연합뉴스]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47·연수원 33기) 성남지청 부부장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원포인트 인사로 법무부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담당한다.  
 

검사 760명 인사 중 서지현만 달랐다

법무부가 23일 발표한 759명의 검사 인사 명단에 서지현 검사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별도의 설명자료에서 "서 검사는 법무부에 배치돼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 및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이 이번 인사와 별도로 서 검사만 원포인트로 발탁해 별도의 추가 인사를 낸다는 뜻이다. 

미투운동 촉발 서지현 검사, 법무부 '양성평등 업무' 맡는다

서 검사는 최근까지 질병 휴직 상태였지만 복직계를 제출하고 검찰에 복귀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 검사는 이번 정식 인사 대상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며 "곧 법무부 파견 등의 형태로 내부 인사 처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 검사의 깜짝 발탁에 대해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국내 미투의 상징적인 인물의 법무부 발탁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여성의 인권과 관련한 업무에서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 검사의 기수와 직급을 고려할 때 서 검사는 법무부에선 '과장급'의 보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탁 환영" vs "파견 제한하면서 왜 서지현만 다른 잣대"

서 검사의 인사는 또한 정식 인사 대상자가 아님에도 원포인트 발탁이 된 점, 정확한 보직이나 부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근무 발표가 난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여성 검사는 "많은 검사들이 예상을 못했던 인사라 다소 놀라는 눈치"라 전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가 정권 수사팀 등 검사의 파견 근무를 엄격히 제안하는 상황에서 서 검사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위 주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 검사는 2018년 1월 JTBC에 출연해 자신의 상사였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상갓집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뒤 질병휴가 등을 내며 2년간 검찰과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안태근 무죄에 "여전히 끝나지 않아" 

1·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 전 검찰국장에 대해 지난 9일 대법원이 무죄취지의 파기환송(서 검사가 성추행을 당한 2010년 당시는 성추행이 친고죄라 소송 시기가 지났고 검찰은 안 전 국장에게 인사보복 혐의만 적용) 결정을 내렸을 때 서 검사는 "여전히 끝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성폭력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으니 이겨가고 있는 것"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대법원 직권으로 보석결정을 받아 석방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 검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국면에선 페이스북에 "정치 검찰에 대한 기대를 거두라.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개시와 기소만으로도 그 뜻은 너무나 명확하다"며 검찰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