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비를 이용하면 인력 2명만으로 한개 생산라인의 검수 공정이 가능하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27명의 근로자가 붙는 공정이다. 장비 하나만으로 인력이 기존보다 13분의 1로 줄어든다.
[일자리 대전환시대③]
일자리 못 만드는 중후장대산업
차산업, 전동화·자동화시대 전환
27명 붙던 완성차 검수 2명 충분
GM·닛산 1만명 넘게 구조조정
인건비 줄여 미래차 비용 마련
철강·조선도 AI 활용 스마트공장
“고임금 대거 투입 시절 지났다”
미래 차 변혁, 일자리를 없앤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는 38만20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9만1053명(-2.3%)보다 8971명이 감소했다. 1년 만에 9000명가량이 줄어든 거다. 자동차 제조부문 고용자 수를 보여주는 이 숫자는 지속해서 감소추세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해 열린 노사 고용안정협의회에서 2025년까지 인력의 20%인 1만여명 감소에 대해서 사측과 공감대를 이뤘다.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로 대표되는 ‘미래 차’ 변혁이 시작되면서 일자리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8년 만에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이뤄낸 것도 미래 일자리 변화 상황을 인식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대차 생산직은 약 5만명인데 1만5000명이 2025년까지 정년퇴직한다. 생산인력의 30%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현대차는 이를 매울 추가고용 계획이 없다. 미래 차 변혁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과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봐서다. 자동차 산업이 더는 과거처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해외 업체, 선제 구조조정 나서
외자(外資)계 자동차 회사인 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는 이미 생산설비 축소와 인력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자연스런 고용 인원 감소를 내버려두지만, 아직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1997년에 설립돼 한국에선 최신식 설비를 갖춘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것만 봐도 ‘더 이상 한국은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 생산을 위해 적합한 곳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철강, ‘스마트 공장’으로 변신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 운송장비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3만6000명(잠정 통계)으로 구조조정 직후인 2017년 10월(14만451명)보다 4400여명(3.3%) 줄었다. 최근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LNG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그나마 고용 수준이 회복된 게 이 정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이후 조선소 내 대형 크레인 관제는 물론, 주요 엔지니어링 분야에 5G·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해 자동화 공정 비율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스마트 야드’ 구축에 한 창이다. 스마트 조선소 도입이 당장 되지 않더라도 세계 1·2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을 진행 중이어서 중복 인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조선업계의 전망이다.
세계 경기 하락과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시황 자체가 나빠진 것도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도 철강재 수급은 자동차 생산과 건설 투자 동반 부진으로 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1%나 줄었다. 도·소매업(-6.0%), 금융·보험업(-4.0%)보다 감소 폭이 더 크다.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라 할 수 있는 산업기술 인력은 조선업과 철강업에서 각각 4.9%, 2.2%가 감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 현장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반면 기술 경쟁이 심화할수록 R&D 부문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통적인 중후장대 제조업 인력의 필요성은 줄고 ICT 전문가 등 산업 변화에 맞는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더 늦기 전에 노동력을 어떻게 재배치고 재교육할 것인지 기업과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효성·이동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