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IM(IT & Mobile) 부문 무선사업부장으로 발탁된 노태문(52) 사장이다. 입사 9년 만에 임원(상무)에 올랐고, 21년 만에 사장이 되는 '초고속 승진'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게 된 노 사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화웨이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를 벗어나야 한다. 노 사장이 '넛 크래커를 깨뜨려야 하는 경영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판매량 1등이지만…화웨이가 '안방 시장' 앞세워 도전
올해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 거센 화웨이의 추격과 맞닥뜨려야 한다. 5G 통신이 본격화하며 세계 곳곳에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설치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도 고가부터 초저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쏟아낸다. 특히 중국 5G 시장은 수억명이 넘는 세게 최대 규모지만 '애국 소비'가 만연해 화웨이의 안방과 다름없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이 "2020년에는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팔겠다"며 "매출도 최소 10% 성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질로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애플 못 이겨
애플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하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자체 운영체제(OS)인 iOS를 갖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과 고객 충성도면에서 삼성전자가 따라가기 버거운 게 현실이다. 거의 모든 가격대 제품을 판매하는 화웨이, 프리미엄과 중가의 보급형 제품으로 승부하는 삼성전자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애플은 경쟁사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로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제조사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출시한 중저가폰이 역설적으로 판매 수익의 둔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ODM 확대로 '낀 삼성' 벗어날까
삼성전자가 ODM 물량을 확대한다면 판매량 경쟁에서 화웨이의 추격은 따돌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공세에 대비해 고급화 전략과 중가 전략을 치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애플과의 수익 경쟁에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시장에서 삼성은 중국 업체에 고전하고 있다"면서 "ODM 확대로 화웨이의 저가 물량 공세를 이겨내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도 겨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