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고유정(37)에게 살해된 강모(사망 당시 36세)씨의 남동생(34)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 과정에서 자기 아들 이름을 (법정에 있는) 일반 시민들 앞에서 수십 차례 외치면서 선처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건 이후 강씨 아들(6)은 주변 시선 때문에 놀이터도 제대로 못 가는데 정작 친모인 고유정이 아들 실명을 노출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전남편 동생 "조카 신분 노출될까 걱정"
제주지검, "반인륜적 범죄" 사형 구형
재판 후 유족과 고유정 변호인 실랑이
"왜 공판 연기하나" VS "조용히 해요"
전남편 부모 항우울제 먹으며 버텨
동생 "고유정 평생 회개할 사람 아냐"
강씨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이날 방청석에서 고유정의 재판을 지켜봤다. 강씨 동생과 아버지는 1심이 시작된 뒤 이날까지 12번 열린 재판 모두 빠짐 없이 참석했다. 강씨 동생은 "사건이 발생한 지 8개월 정도 됐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고유정)의 끊임없는 거짓말을 듣고 있는 자체가 너무 큰 고통이었다. 반박할 수 있는 발언권 없이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다녀오면 부모님은 방 안에서 울고 계시고, 그날 하루는 지옥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판이 끝난 직후 법정 밖에서 만난 강씨 유족과 고유정 측 변호인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강씨 동생에 따르면 숨진 형과 동갑인 사촌 여성이 먼저 "진실을 밝혀 달라" "왜 자꾸 공판까지 연기하냐"고 따졌다. 이에 고유정 측 변호인이 "조용히 하세요" "시끄럽네"라고 맞섰다고 한다.
강씨 동생은 "피고인(고유정)이 (지난해 5월) 25일 '(제주도) 동쪽에서 무조건 봐야 한다'고 해서 저희 형이 (조카와) 같은 또래 자식이 있는 사촌 누나에게 '아이가 놀기에 좋은 장소가 어디냐'고 물어봤고, 그 장소를 소개해 줬다"며 "그곳을 마지막으로 다녀온 뒤 형이 죽은 것에 대해 누나가 너무 큰 죄책감을 갖고 있어서 (고유정) 공판에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촌 누나는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 (제게도) 친누나나 다름없다"며 "피고인 측 변호인이 누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저도 처음으로 (법정) 밖에서 '우리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하는 게 못할 말이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강씨 동생은 "부모님은 아직도 (형을 잃은 충격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시고, 항우울제를 드시고 계신다"며 "선고가 나와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공판 기일이 자꾸 연기되는 것 자체가 저희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 방에 있는 유품은 (사건이 발생한) 8개월 전 그날 그대로다. 아버지는 매일 형 방에 들어가서 우신다"고 했다.
앞서 강씨 유족은 사건 발생 100일이 다 되도록 시신을 못 찾자 집에서 찾은 강씨 머리카락 7가닥과 옷가지로 지난해 8월 말 '시신 없는 장례'를 치렀다. 유족은 장례 때도 혼자 남은 강씨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붙이는 유족 명단에 강씨 아들의 태명을 썼다고 한다.
경찰은 고유정이 시신 유기 장소라고 지목한 완도와 김포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유정이 시신을 바다와 육지·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려서다. 강씨 동생은 "경찰도 피고인이 수시로 말을 바꿔 신빙성에 의문을 갖고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번 공판 때 재판장님이 '시신 훼손과 은닉은 증거 인멸을 위한 게 아니었냐'고 물었는데 피고인(고유정)은 '절대 아니다'고 얘기했다"며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은 평생 교도소에 살아도 회개할 사람이 아니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고유정의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