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메르세데스-벤츠·로터스
FT는 지리가 최근에는 영국 럭셔리카 제조업체 애스턴 마틴에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스턴 마틴은 007 영화 속 제임스 본드가 탄 차로 유명하다.
중국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할까. 아직은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 대적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이겼다고 본다.
그것도 2년 전부터 앞섰다고 분석한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2019년판 자동차무역질적성장발전보고서’에서다. 상무부 대외무역사(司)가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사업의 국제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한국을 웃돌게 됐다"고 결론 내린다.
기점은 2018년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종합 산업 경쟁력 면에서 독일, 일본, 미국에는 뒤진다고 봤다. 다만 한국보다는 앞선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 산업▶연구개발(R&D)투자▶자국 자동차 시장 규모▶국산 차량 자국 시장 점유율▶노동생산성▶신제품 출시능력▶생산비용 등 7개 항목에서 한국을 추월했다고 봤다.
알기 쉽게 숫자로도 제시했다.
보고서에선 수출 규모에서 중국이 세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2013~2018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 총액이 이미 460억 달러(약 53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기준 606억 달러(약 70조 원)로 많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산업이 전 세계 자동차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3.9%로 올랐다.
보고서는 특히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가에 대한 수출이 많이 증가한 점을 치켜세운다. 보고서는 “2018년을 기점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완성차 수출액의 비중이 이미 67%를 돌파했다”며 “특히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산업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 자동차 수출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품질 수준도 중국 브랜드와 세계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봤다. 근거로는 중국 자동차 회사가 해외에 설립하거나 제휴한 공장이 2018년 말 시점에 140곳에 달하고 해외 판매서비스 거점도 9000곳을 넘어섰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중국 스스로 내린 장밋빛(?) 분석일 수 있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중국인의 시선이다.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핵심 기술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제품의 질적 수준과 브랜드 위상도 낮다. 이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해 이를 벌충하려 한다.
현대·기아차는 사드(THAAD·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벌어진 2017년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 현대·기아차는 81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사드 사태 전인 2016년 179만대의 절반 수준이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 1공장, 기아차 중국 합작법인 둥펑웨다기아는 장쑤성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에서 한국차는 예전만큼 높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각이 중국 상무부 보고서에도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중국 자동차 산업도 아직 한계가 많다.
어렵긴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앞선 기술과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