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될 대동강 승호리 철교 폭격
빨간 마후라, 후회 없이 살았다 - 제132화(7647)
<18> 우리 시대의 ‘빨간 마후라’들
공군 최고 사령관들과 새해 인사
6·25 70주년 전쟁의 아픔 되새겨
신상옥 감독이 남긴 최고의 선물
내 관에 ‘빨간 마후라’ 넣어 주길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5인의 해병’(1961) ‘남과 북’(1965) ‘군번 없는 용사’(1966) 등 6·25 영화를 다수 찍었지만 이날 나는 70년 전의 비극을 다시금 떠올렸다. 지금껏 몰랐던 역사적 사실도 새로 알게 됐다. 승호리 폭격만 해도 그렇다. 원인철 현 참모총장(37대)은 “1월 12일에도 두 차례 출격했지만 교량 폭파에 실패했다. 작전을 가다듬어 세 번째 공격에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나 역시 목숨을 걸고 촬영했지만 실제 전투의 긴장감에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영화 ‘빨간 마후라’ 얘기를 이어갔다. “우리 공군을 알린 1등 공신” “단박에 공군의 인기를 높여준 영화” “공군 모두의 가슴에 각인된 작품” 등 상찬이 잇따랐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나만의 공이 아니다.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최무룡·이대엽 등 먼저 세상을 떠난 영화인에게 돌아가야 할 헌사다. 김성일 29대 총장이 신상옥 감독 얘기를 꺼냈다.
▶김 총장=2006년 타계 당시 제가 현역 참모총장이었어요. 신영균 선생님이 장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때 부탁하신 것 기억하세요. 신 감독 발인 때 ‘빨간 마후라’를 연주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나=예, 정말 고마웠습니다.
▶김 총장=공군 의장대·군악대가 신 감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켰습니다.
신 감독과 이별한 지 벌써 14년,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한다. 내가 조심스럽게 “제가 묻힐 때도 ‘빨간 마후라’를 연주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원인철 현 총장이 재치 있게 대답했다. “제 후임에 후임, 또 그 후임에 후임 총장에게 부탁할 일 아닌가요.”(웃음)
영화 주제가 합창하며 영공 수호 뜻 모아
그런데 ‘빨간 마후라’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25대 박춘택 총장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초대 김정렬 총장의 동생 김영환 장군을 아시나요. 6·25 때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분입니다. 그분이 초급장교 시절 강릉 형님댁에서 발견한 빨간 천을 목에 둘러본 모양입니다. 멋있어 보여 계속 찼는데, 그게 시작이 됐다고 합니다. 적진에 떨어졌을 때 구조 신호용으로도 딱 맞고요. 미 공군에도 없는 상징물입니다.”
이날 모임에선 공군 슬로건 ‘하늘로~ 우주로~’가 십여 차례 울려 퍼졌다. 나도 약속을 하나 했다. “지난해 공군 70주년 행사에서 기량이 뛰어난 전투 조종사에게 특별상을 처음 줬는데, 앞으로도 매년 ‘빨간 마후라’ 특별상을 시상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우리 하늘을 수호하는 후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았다. 그리고 ‘공군가’처럼 불리는 영화 주제가를 선창했다. 참모총장 14명 모두 따라 불렀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중략)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30대 김은기 총장이 한마디 곁들였다. “대한민국 군가 중 유일하게 아가씨가 들어간 노래입니다. 덕분에 아가씨들 사이에 공군의 인기가 한층 높아졌죠. 영화 속 조종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여인을 사랑하는 사나이 중 사나이 아닙니까.” (웃음)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