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포털 사이트의 삼성전자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액면분할 이력이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자 '주식 쪼개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 5월 액면분할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지난해 12월부터 강세를 보였고, 새해 들어 최고가를 잇달아 갈아치웠다. 16일엔 전날보다 2.88% 오른 6만700원으로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6만원(종가 기준)을 넘어섰다. 액면분할 직전 주가(분할 기준 5만3000원)보다 14.5% 높은 수치다.
주식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증자 없이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5000원짜리 한 주를 500원짜리 10주로 나누는 식으로, 주식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는 거다. 주식 한 주당 가격이 높아 거래가 부진할 때 주로 사용된다. 통상 액면분할을 주가에 긍정적 요소로 본다. 주가가 싸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소액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커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 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액면분할 결정이 공시된 뒤 주가가 '반짝' 오르는 경우는 있지만, 정작 변경 상장 이후엔 하락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을 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감자 종목 제외) 23곳 중 18곳(78%)은 주식을 쪼개기 전보다 주가(15일 기준)가 내렸다. 특히 알루미늄 합금 제조업체인 삼보산업은 지난해 5월 액면분할을 한 뒤 주가가 97% 하락했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의 성적표도 신통찮았다. 10분의 1 비율로 주식을 쪼갠 롯데칠성 주가는 액면분할 전보다 30% 떨어진 상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액면분할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액면분할 기업 78%는 주가 하락
그런데도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기업은 꾸준히 나온다. 남영비비안과 메디파트너생명공학은 이미 주식 분할을 결의하고 다음 달 중 변경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고가주도 액면분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주당 50만원 넘는 종목은 LG생활건강·태광산업·영풍·엔씨소프트·오뚜기 등 5개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 한 주식이 싸 보인다고 무턱대고 투자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이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올릴 가능성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상관관계가 없어 상승세가 계속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주가를 결정짓는 것은 업황과 실적"이라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