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직후 정부 대처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자 한국방송공사(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대해 항의하고 보도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 이정현(62)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방송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등이 아닌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직을 잃게 된다.
판결문에 드러난 홍보수석의 요구
”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드려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씹어 먹든지 잡아먹든지 그거 며칠 후에 어느 정도 극복한 뒤에 그때 가서는 모든 게 밝혀질 수 있습니다” (2014년 4월 21일 통화내용)
“하나만 살려주쇼” “오늘 저녁 뉴스하고 내일 아침까지 나가요?” “좀 바꾸면 안 될까?” “한 번만 더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쇼”(2014년 4월 30일 통화 내용)
2014년 5월 김 전 보도국장이 사의를 표하며 청와대 전화가 있었다는 점을 폭로했고 6월 이 의원은 홍보수석직을 그만뒀다.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도 당했다. 이후 2016년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과 김 전 보도국장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방송법 제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정한다.
1ㆍ2심 유죄 “민주주의 중대 위해”
1심은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전제”라며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에 개입해 자신의 주장과 경향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역시 이 의원의 행위가 방송 개입 및 간섭임을 인정했다. 이 의원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홍보수석 요구에도 방송 편성에 실제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구조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지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홍보수석으로 활동 범위 내 관행으로 생각해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양형의 이유로 밝혔다.
방송법 제정 이후 첫 유죄 확정판결
이정현 “대법 판결 승복”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