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엑소의 멤버 첸의 결혼 발표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엑소의 공식 팬클럽인 ‘EXO-L ACE 연합’(이하 엑소엘)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첸의 독단적인 행동들로 인해 엑소라는 그룹 자체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첸이 EXO 멤버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SM엔터테인먼트에게 첸의 팀 내 퇴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편지를 올려 결혼과 임신 소식을 알린 뒤 일부 팬들은 “용기 있는 선택을 지지한다”며 격려하고 있지만 디시인사이드 엑소 갤러리 등에는 첸의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서까지 등장했다. 이어 이날 공식 팬클럽까지 퇴출 요구 성명을 내면서 엑소 측은 큰 부담을 안게 돘다.
결혼 발표 나흘째인 16일에도 각종 커뮤니티에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은 없냐” “우리의 관계가 비즈니스였을 뿐이냐”는 등 배신감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아이돌도 인간인데 결혼 때문에 퇴출을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이돌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될 여지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퇴출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K팝에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과거 80~90년대 하이틴 스타와 팬의 관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K팝 팬들은 ‘팬슈머’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소비력을 기반으로 아이돌의 시작부터 성장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런 소비권력을 기반으로 단순한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넘어 스케줄이나 홍보 등 매니지먼트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특수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원더걸스의 선예의 결혼 때도 유사한 분위기였다. 결혼을 축하해주는 팬도 있었던 반면 일부 팬은 원더걸스라는 팀의 존속이 어려워졌다며 선예를 맹비난했다. 실제로 이후 원더걸스의 활동은 활발히 재개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FT아일랜드의 경우엔 밴드 그룹이라는 특성도 있었고, 2007년 데뷔했기 때문에 팬도 30대가 되는 등 결혼한 사람도 적지 않다”며 “결혼으로 인해 배신감을 토로하는 단계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보이그룹 못지않게 걸그룹 팬덤 문화가 강력한 일본도 분위기는 유사하다. 일본 최고의 걸그룹으로 꼽히는 AKB48의 경우엔 활동 기간 중 연애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활동 도중 결혼 발표뿐 아니라 공개 연애가 알려지면 큰 논란이 되곤 한다.
이후 11위를 차지한 타카하시 쥬리는 즉석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해) 분해서 눈물을 흘리는 멤버도 있다”며 “여기까지 오르게 해 준 팬 여러분 앞에서 ‘결혼하고 싶다’든가 ‘결혼한다’ 같은, 팬 여러분이 복잡한 심경을 가지시게 할 만한 말을 하는 멤버를 보면서 지금까지 다른 멤버들이 흘린 눈물의 기분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