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해당 판결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혐의와 연관 지어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전원 재학 시 받은 장학금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뇌물수수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에 해당 판결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A씨, 딸 통장으로 입금된 299만원에 강등처분
약 29년간 경찰로 근무한 A씨는 민원인 B씨를 2016년 12월 절도 관련 오인 신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돼 친분을 쌓았다. 이듬해인 2017년 B씨의 요청으로 A씨는 당시 11살이던 자신의 딸 통장을 건네줬다.
B씨는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99만원을 A씨 딸의 장학금 명목 등으로 통장에 입금했다. 통장에 입금된 돈은 각각 100만원, 99만원, 100만원이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A가 병원을 소개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매달 1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입금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 제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입금된 299만원으로 인해 강등된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해 “강등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생활비 통장이 필요하다고 해 딸 명의의 통장을 건네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자신이 아닌 딸에게 장학금 등을 줄 명목으로 통장에 돈을 입금했을 뿐”이라며 “이를 딸이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자신이 수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금액이 총 300만원을 넘지 않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 “딸이 아닌 A씨가 금원 수수했다고 봐야”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와 B씨의 관계 및 딸이 A씨의 자녀이자 11살의 미성년자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금원 전부는 A씨가 수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B씨가 생활비 통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딸 명의 통장을 건네주었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인 A씨가 통장을 양도하는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봤다. 그럼에도 굳이 자신의 딸 통장을 건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총 300만원이 넘지 않아 김영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해 입금되지는 않았지만, 전체 금원의 성격이나 이체 기간, 총 입금액 등에 비추어보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청탁금지법을 편법적으로 탈피하기 위해 금원을 분할해 제공하는 행위 등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강등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檢 “조 전 장관 딸 장학금은 조 장관에 대한 뇌물”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조 전 장관의 딸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 전 장관 딸 조씨의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지급한 600만원의 장학금을 뇌물로 보고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기소한 바 있다. 노 원장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여섯 번에 걸쳐 지급한 1200만원의 장학금 중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딸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조 전 장관이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및 직무감찰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노 원장은 조 수석이 향후 양산 부산대병원 운영 및 부산대 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개인 돈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