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영국 셰필드대는 '인종평등의 옹호자(Race Equality champion)'로 불리게 될 학생 20명을 뽑아 이들에게 시간당 9.34파운드(약 1만4000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선발은 2월 말경 완료된다.
'인종평등의 옹호자(이하 옹호자)'들은 흑인·아시안 등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학내에서 리더격인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도 '옹호자'들의 몫이다. 대학 측은 "사람들의 (차별) 발언을 무조건 통제하기보다는 대화를 시작하는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옹호자' 프로그램은 교수진과 학생들이 함께 개발했으며 향후 1년 간 시범 운영된 뒤 영구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교수가 학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아닌, 학생이 중심이 된 '상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코엔 램버츠 셰필드대 교수는 "인종차별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정직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셰필드대는 14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로 이뤄진 다양성이 높은 커뮤니티이며 우리는 이 커뮤니티의 일원인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한 배경에는 영국 내 분위기도 한몫했다. BBC는 "셰필드대 '평등과 인권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부 학생 간에 욕설·신체적 공격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영국 중부에 위치한 노팅엄 트렌트 대학에선 '우리는 흑인을 싫어한다'는 노래가 학내에 울려 퍼지는가 하면, 워릭대 학생 11명은 인종차별 발언을 페이스북 그룹 내에서 주고받다 처벌받기도 했다.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재작년 '윈드러시 스캔들'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2018년 4월, '윈드러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한 영 연방 소속 시민들)'세대의 건강보험을 차단하고 강제추방하려던 계획이 행정 착오로 발각된 것이다. 내무장관이 총리에게 "앞으로 수년간 윈드 러시 세대 강제추방을 10%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한 편지가 유출되면서다. 윈드 러시 세대는 1971년 영주권은 받았지만, 영국 여권·시민권을 발급받지 못해 '비(非)영국인' 취급을 받아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