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이 감독은 유튜브 생중계로 발표를 접했다며 “참 다행”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많이 알려달라고 했던, 지금 이 순간도 힘들 유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다.
304명 참사 당시 상황·통화 담겨
“유족에 힘 된다면 장편도 만들 것”
‘부재의 기억’은 기존 세월호 다큐들과 다르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책임소재와 원인을 파고들기보단,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으로 상황을 되새기는 데 집중했다.
격앙된 내레이션 없이 당시 기록을 편집한 29분짜리 영상이지만, 마음을 추스르며 보기가 쉽지 않다. 참사 이후 촛불 정국과 민간잠수부들의 속내, 세월호 진상 촉구에 대한 목소리까지 담아냈다.
이 감독은 TV 다큐 연출로 출발했다. KBS 수요기획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2007)로 한국독립PD상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장애인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극장용 장편 다큐 ‘달팽이의 별’로 201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IDFA) 대상을 받았다. 어떤 ‘사건’을 조명한 작품은 ‘부재의 기억’이 처음이다.
고등학교 2학년생 딸을 뒀다는 그는 “사고 있고선 교복 입은 애들만 봐도 마음을 더 추스를 수가 없더라”고 털어놨다. 필드 오브 비전의 제안을 받고 “그렇게 남은 짐이라고 할까, 빚을 뒤늦게나마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의 공식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부재의 기억’은 이런 미국 시사를 포함해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도 해외 관객을 만났다. 이 감독은 “선장이 먼저 나오는(배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선 다들 한숨을 팍 쉬며 웅성웅성한다.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큰 문제인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한국의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자기네 정부, 우리도 이런 일 있었다”는 반응은 이번에 함께 아카데미에 진출한 ‘기생충’과 같았다.
“영국은 아파트 대형 화재, 미국은 카트리나 허리케인 때 얘기를 하더군요. 각자 자국 일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세월호 장편 다큐를 만들 계획도 있느냐고 묻자, 그는 “유가족들한테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다”고 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