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서 선발전 일정을 바꾸는 건 규정 위반이다. 대한유도회 국가대표 선발규정 16조 2항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선발일 3개월 전에 확정해 홈페이지에 공지해야 한다. 18조 5항에 선발 기준에는 선발 일정도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사실상 선발 기준과 일정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유도회는 "선발전 일정이 변경되는 건 맞다"면서도 "'선발 기준'에는 '선발일'이 포함되지 않아 문제없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현시점 일정 변경은 규정 위반
어설픈 행정과 판단 착오 결과
출전 선수 컨디션 조절 영향
그러나 일각에선 유도회의 무능한 행정력을 지적한다. 아무리 한 해 일정이 빡빡해도 선발전 일정을 변경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유도인은 "유도회가 제대로 일처리만 했다면, 당장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간소화한 작년부터 선발전 일정을 바꿀 수 있었다. 어떻게 당면 과제인 올림픽 출전과 관련된 일을 후순위로 놓고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바꿀 수 있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 국가대표 선발전은 3차(5월)까지 있었다. 작년부터 선수 컨디션과 체력 안배를 고려해 2차로 축소했다. 무리한 대회 출전으로 선수들 체력이 저하돼 '노골드' 수모를 격은 2016 리우 올림픽을 의식해서다. 한 지도자는 "선수 컨디션만 생각하고 무작정 선발전을 빨리 끝내려는 유도회의 어설픈 판단 착오가 낳은 결과다. 작년엔 선발전을 빨리 끝내 올림픽까지 몸 만들 시간을 많이 벌었다고 홍보하더니, 이젠 선발전이 너무 이른 시기에 이뤄진다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떠안는다. 아직 일정 변경이 공식화되지 않은 만큼 각팀 선수들은 기존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1달 전부터 감량하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하루 이틀 차이는 컨디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 유도 지도자는 "오락가락하는 일정 속에서 선수에게 운동을 하라고 해야 할 지 쉬라고 할 지 모르겠다. 이런데도 일부 유도회 관계자들은 랭킹 포인트가 낮아서 어차피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니, 그들에겐 선발전이 큰 의미가 없고 손해 볼 일도 없다는 시선"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는 대표 선발전을 겸하고 있을뿐, 대표가 아닌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장이다. 좋은 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말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서 차세대 국가대표도 발굴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