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권 상무처럼, 오너 일가 구단주 대행 흔해

중앙일보

입력 2020.01.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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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열풍이 대단하다. 야구가 없는 겨울, 밋밋한 실제 스토브리그보다 더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시청률도 9회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15%대를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한 차례 드라마 일부 내용이 현실적인지 팩트 체크했다. 이번에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을 모아 그게 ‘어디서’였는지 찾아봤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①그룹 오너 조카가 구단주=“구단주 조카에요. 그냥 구단주 조카라는 건 잊어요. 그냥 구단주라고 생각을 하세요.”  

드라마 이 장면, 어느 구단 누구
야구 없는 겨울 달구는 ‘겨울야구’
히어로즈 창단 때 연봉 35% 삭감
선수 출신 공인 에이전트 극소수

재성드림즈 단장으로 취임한 백승수(남궁민 분)는 사장실에서 권경민 상무(오정세 분)를 만난다. 권 상무는 백 단장에게 자신을 ‘구단주’로 여기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정식 구단주 대행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 오너 일가가 구단주 대행을 맡는 건 흔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신격호 회장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케미칼 고문이 구단주 직무대행으로 일했다. SK 와이번스도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구단주다.
 
드라마에서 권 상무는 “드림즈를 해체시키라”는 구단주 지시를 받아 선수단 운영에 개입한다. 실제로는 구단주 대행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통 그룹 내 본업이 있고 야구단 업무는 부수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권 상무 역시 호텔 부문 상무인 동시에 야구단을 관리한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구단의 세세한 일까지 관여하지 않는다. 중대한 사항, 이를테면 감독 선임이나 중요 선수 영입 정도 결정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②연봉 35.4% 삭감 사례=야구단 해체를 원하는 권 상무는 연봉 협상을 앞둔 백 단장에게 “30% 삭감하라”고 지시한다. “야구를 더럽게 못한다”는 이유와 함께.
 
선수들은 반발했지만, 백 단장은 우여곡절 끝에 계약을 마쳤다. 실제 프로야구에서는 드림즈보다 더 큰 폭의 삭감 사례가 있다.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거둬들여 창단한 히어로즈다. 우리담배가 네이밍스폰서로 참여한 우리 히어로즈는 당시 KBO에 가입금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재정이 취약했다. 선수단 연봉도 속된 말로 ‘후려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외국인과 신인선수를 제외한 현대 총연봉은 41억2970만원이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연봉 합계는 26억6900만원이다. 35.4%나 줄었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이 칼바람을 맞았다. 송지만의 경우 현대와 했던 계약이 원천무효가 되면서 6억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깎였다.  
 
당시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A 선수는 “백 단장 바지에 술을 붓는 드림즈 포수 서영주(차엽 분)처럼 대놓고 반발하진 못했다. 박노준 당시 히어로즈 단장에 대한 분노는 엄청났다”고 전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③스카우트팀장이 에이전트로=드림즈 선수 출신이었으나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된 고세혁(이준혁 분)은 에이전트로 변신해 후배들과 계약한다. 그리고 연봉 협상에서 백 단장에게 복수하려 했으나 실패한다. 프로야구는 2018년 2월 공인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자격시험이 있었고, 모두 92명이 합격했다. 대부분 변호사 또는 스포츠 관련 업체 출신이다.  
 
선수 출신은 거의 없다. 17년간 선수로 뛴 임재철 좋은스포츠 사업본부장의 경우 공인 에이전트는 아니다. 임 본부장은 “내 경우 1과목만 보면 되는데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좋은스포츠 내 공인 에이전트 자격이 있는 직원이 있어서다. 좋은스포츠엔 이정후(키움), 박민우(NC) 등이 소속됐다.  
 
구단 직원 출신 에이전트도 있다. 김광현의 대리인 김현수 브랜뉴 대표는 SK 통역 출신이다. 롯데 감독 출신 양승호 디앤피파트너 대표도 공인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드라마 정도는 아니지만, 연봉 협상은 매우 치열하다. 자유계약선수(FA)가 아닌 경우 거의 ‘을’이다. 드라마처럼 구단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