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 안에 자리 잡은 서펜타인 갤러리. 영국의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으로 거물 큐레이터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현지시간 14일 아침, 이곳에서 뜻밖에도 한국 K-pop 수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실시간 동영상이 떠올랐다. “이렇게 세계 각지의 저명한 미술가 큐레이터 분들과 ‘커넥트(CONNECT), BTS’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세계적인 조각가인 영국의 안토니 곰리가 그 영상을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런던을 시작으로 베를린, 부에노스 아이레스, 서울, 뉴욕 등 4개 대륙 5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신개념 아트 프로젝트 ‘커넥트, BTS’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큐레이터는 “이번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미술을 음악과 억지로 결합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예술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서로 연결되도록 하고자 하는 게 전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각 전시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환경·젠더·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다.
베를린의 유명한 현대미술관 그로피우스 바우에선 이곳의 관장이며 세계적인 한국 작가 이불의 개인전을 큐레이팅한 바 있는 스테파니 로젠탈이 세계 각지의 행위예술가 17명을 모아 다양한 퍼포먼스를 15일부터 2월 2일까지 보여준다. 그중 나이지리아의 젤릴리 아티쿠는 인권 문제, 미국의 보이차일드는 젠더 문제를 다루는 행위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최근 개인전을 한 바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토마스 사라세노는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에어로센(Aerocene)’ 즉 열기구 비슷하지만 화석연료 없이 오로지 공기와 태양열로 떠오르고 이동하는 기구에 사람을 태우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그 과정과 결과를 찍은 영상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1월 21일부터 3월 22일까지 상영될 예정다. 14일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만난 사라세노는 "나의 작품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지구라는 비행선에 함께 탄 승객이며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커넥트를 주제로 한 이번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1월 28일부터 3월 20일까지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잰슨이 색색의 빛 안개로 가득찬 공간을 전시하는 한편, 한국 작가 강이연이 방탄소년단의 춤동작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션 맵핑 아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 다음 2월 4일부터 3월 27일까지 뉴욕에서는 브루클린 브리지 공원 피어3 구역에서 안토니 곰리가 마치 3차원 공간에 펜으로 선을 엉키게 드로잉을 한 듯한 거대 알루미늄 튜브 조각 ‘뉴욕 클리어링’을 선보인다.
‘커넥트, BTS’의 모든 전시는 무료로 공개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이 '다양성'이라는 큰 화두 아래 음악의 테두리를 넘어서 현대미술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각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BTS가 작품을 설명하는 특별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커넥트, BTS’ 공식 웹사이트 (www.connect-bts.com) 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런던=글·사진 문소영기자 moon.s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