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회견뒤···"檢도 바뀌어야" 2차 항명 자제한 윤석열

중앙일보

입력 2020.01.14 17:43

수정 2020.01.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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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후배 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법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로 혼란스러운 검찰 내부 분위기를 다독인 것으로 보인다.

 

"법이 바뀌면 검찰도 바뀌어야지…"

윤석열 검찰총장. 김상선 기자

 
윤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충청북도 진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인 검사들을 상대로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과정’ 강연을 했다. 중앙일보가 복수의 참석자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수사권 조정이 되었지만 (검사에겐) 소추권한이 있는 게 형사 사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는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조서로 재판하는 게 국가 전체의 사법 시스템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법과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니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검사가 조서작성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넘어가면서 검사들의 직접 수사 비중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에 좀 더 힘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사 학살’ 이후 정면 충돌 자제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총장은 후배들에게 “사법 제도에 변화가 많아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대검찰청에서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메뉴얼을 만들고 있으니 이를 잘 참고하라”며 “전반적인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검찰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는 수사권 조정안 통과 이후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첫 메시지다. 한 부장급 검사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 통과 등 검찰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한 가운데 후배 검사들에게 중심을 잡아주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이 강연에 들어가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0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총장이 개혁에 앞장서 주어야만 한다”고 직접적으로 주문했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인사 협의 과정에서 빚은 마찰을 두고 문 대통령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다음주 2차 학살은 염두에 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의 윤 총장 발언은 검찰이 당장 권력과 정면 충돌하지 않고 일단 수사권 조정 등을 받아들이며 절제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지난 8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좌천시킨 ‘인사 파동’ 이후 정권과 검찰의 권력 충돌 양상은 심해지는 분위기다. 검사들은 일단 집단행동을 보이거나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는 않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 인사나 현재 진행되는 수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강연이 끝난 뒤 검사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고 나면 곧바로 중간 간부 인사가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인사를 의식한 발언을 했다. 법조계는 설 연휴 이전에 차장ㆍ부장급 인사로 남은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물갈이 될거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고위급 인사로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항의하며 사표를 낸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이날 강의를 마친 윤 총장을 배웅하는 모습이 이날 포착되기도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