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어떤 사람" 묻자 文대통령 "어···" 반복하며 시선 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14 17:10

수정 2020.01.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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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 회견이 열리기 직전 기자들이 입장하자 2018, 2019년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귀에 익은 대중가요가 흘렀다. 지산의 ‘너는 그대로 빛난다’, 마시따밴드의 ‘돌멩이’,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메이트의 ‘하늘을 날아’ 등이었다. 기자회견 보조 진행을 맡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올해 선곡은 삶의 희망과 동행(同行)이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신년사 없이 곧바로 질의 응답으로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2분 정도 짧은 인사말만 했다. 
 
과거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정했다. 기자가 질문하면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두 개의 화면에 글자가 떴다. 문 대통령은 첫 질문을 받고 화면의 용도를 설명하면서 “과거에도 ‘답변이 올라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논란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자 얼굴을 일일히 알 수 없으니 춘추관실에서 기자 이름과 질문 요지 등을 정리해서 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대체로 침착했지만,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땐 착찹한 표정을 지었다. “어…”를 반복하며 말하는 속도가 느려졌고, 정면을 바라보며 답했던 다른 질문 때와 다르게 시선은 45도 정도 아래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뭐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할 때 ‘고초’에 힘을 줬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후에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땐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듯 “하하”라고 웃은 뒤 뜸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하고 계속 연관을 가진다든지 그런 것을 일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전체 22명의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예정은 90분이었지만, 108분 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지상파 3사는 모두 질문을 했고, 종합일간지는 서울신문 한 곳을 제외하고는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종합편성 채널도 간사를 맡은 MBN을 제외하고는 질문자로 지목받지 못했다. 기자들 자리는 사전에 지정돼 있지 않았다. 선착순대로 앉았다.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든 기자도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 퇴장곡으로 가수 이적의 ‘같이 걸을까’가 흘렀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음악과 퇴장 음악은 의전비서관실에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