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차량에서 출발한 ‘공유경제’ 트렌드가 사무실·주방에 이어 ‘미용실’로 퍼지고 있다. 공유미용실은 입지가 좋은 공간과 고급 장비를 헤어 디자이너 여러 명이 나눠 쓰는 형태의 사업이다. 국내 첫 공유미용실은 20년 차 헤어 디자이너 심재현씨가 2018년 선보인 ‘세븐에비뉴’다. 현재 전국에 4개 지점이 있다. 최근 한 달 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살롱포레스트’ ‘쉐어스팟’이 문을 열었다. 오는 17일엔 아산나눔재단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 출신 스타트업인 제로그라운드가 강남역 부근에 ‘팔레트에이치’를 오픈한다.
공간·장비만 공유, 각자 버는 방식
초기비용 낮아 폐업 위험도 적어
고객은 취향 따라 디자이너 선택
강남에 세 곳…17일에도 한 곳 오픈
공유미용실은 여기에 주목한 사업이다. 과도한 초기비용을 공유로 줄여 미용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살롱포레스트’를 세운 아카이브코퍼레이션의 이창열 대표는 “10평(약 33㎡) 내외의 개인미용실 창업에 평균 6000만~7000만원이 드는데, 공유미용실은 300만~600만원 안팎의 보증금을 제외하면 초기비용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불을 붙인 것은 IT 기반의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이다. ‘쉐어스팟’은 기술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가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형 헤어스타일 추천과 매장관리 무인화 등 미용실에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목표다.
‘살롱포레스트’는 공간 콘텐트를 기획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아카이브코퍼레이션이 만들었다. 위워크·구글 등 강남 일대에 근무하는 2030 직장인 여성들에게 ‘휴식(for rest)’과 여행·와인·웨딩 등 ‘취향 공동체(살롱)’ 문화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이름에 담았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가격은 비싼 편이다. 남녀 평균 커트 기준 3만원대로 강남권 고급 미용실과 비슷하다.
공유미용실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 하라주쿠를 중심으로 2016년 문을 연 ‘고투데이’는 헤어 디자이너에게 공용 공간만 제공한다. 북미에선 2010년 저비용 창업을 지원하는 가맹점 형태의 ‘마이살롱슈트’가 등장했다.
신산업이다 보니 ‘규제’ 리스크도 있다. 현행 공중위생법상 다수의 사업자가 공용 샴푸실을 공유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쉐어스팟’ 송기현 대표는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기 전 만들어졌던 오래된 규제들이 새로운 흐름에 맞춰 풀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