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용균 막자 〈하〉
산업안전은 생명이다. 생명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비용이 됐든, 유권자의 표가 됐든, 세 불리기가 됐든 말이다. 정부, 정치권, 경영계, 노조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예방작업에 제대로 나섰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김동춘 동국대 교수의 제언
물론 기업에 대한 과도한 옥죄기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 난입하다시피 해서 점검을 하고, 꼬투리 잡는 식의 행정이 그런 경우다. 그렇게 되면 풍선효과를 일으켜 생각지 못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있을지 모르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방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안전보건 관련 제도와 지침의 정비가 시급하다. 각 부처나 기관마다 중구난방으로 안전 문제를 다뤄서는 곤란하다. 일사불란하게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부처나 지자체 등의 협업 시스템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절차나 행정체계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기업이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 작업에 매몰되면 진짜 필요한 예방 관리를 놓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노사정 공동 책임제가 구축돼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기업의 책임은 커졌다. 노조도 그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안전은 조합원의 생명과 직결된다. 선진국에선 안전활동의 상당 부분을 노조가 책임진다. 경영진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조합원의 안전을 위해 노조가 나서 점검하고, 직접 시정한다. 우리 노조가 새겨야 할 부분이다. 자기 조직에 속한 조합원을 채용하라는 식의 이권에는 위력을 불사하면서 일터의 안전점검에 소홀해서야 되겠는가. 그건 온전히 경영계의 몫이라는 투로 행동하다 사고가 터지면 규탄집회를 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산업안전에 관한한 노사는 대립이나 협력이란 단어 대신 ‘책임’이란 단어 아래 한 몸이 돼야 한다. 경영계도 안전을 비용과 맞바꾸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안전에 조금만 신경 쓰고, 돈을 들이면 그보다 몇 배의 가치를 기업에 안겨준다. 무재해가 생산성 향상과 기업 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안전에 관한 한 근로자의 참여를 두려워만 할 것도 아니다.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권리를 부여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동춘 동국대 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