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영주대장간의 석노기(66)씨가 만든 호미였다. ‘아마존 호미’로 불리는 석씨의 호미는 지난해까지 5000자루 이상 수출됐다. 석씨는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장장이 기술을 전수해야 할 터인데 걱정”이라고 했다.
‘아마존 대박’ 사연 접한 황덕환씨
영주 장인 찾아 “제자로 받아달라”
“부모님은 공무원 되라지만 행복”
“고민 끝에 결심했어요. 남이 가지 않는 길,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 우리 전통을 이어가는 그런 일을 한번 해보기로요.”
황씨는 석씨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 잠자리도 알아서 하겠다”며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다. 처음엔 석씨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20대가 하기 힘든 일이라고 하셨어요. 여러 번 부탁해 제자가 됐어요. 이젠 대장간에서 점심도 주고, 월급도 나와요.”
석씨는 호미가 ‘대박’친 뒤 지난해에만 4~5명이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왔지만, 일주일을 버틴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고된 사회생활을 겪은 40대 50대도 버티기 힘든 일이예요. 20대 청년이 얼마나 할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잘 배우고 있어요.”
황씨는 시커먼 쇳가루가 가득한 바닥을 청소하는 일을 거쳐 지금은 밤나무로 만든 자루를 날에 끼우고, ‘최고장인 석노기’라고 쓰인 도장 찍는 일까지 하고 있다. “오전 7시 30분 청소로 시작해 오후 5시쯤 퇴근합니다.” 예비 대장장이 황씨는 여느 20대 청년처럼 헬스도 즐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들과 소통하고, 주말엔 도시로 나가 ‘소개팅’도 한다.
“부모님은 아직도 공무원 준비 같은 취업 준비를 하라고 하세요. 지인들도 시골에서 왜 힘들게 그러냐고 해요. 하지만 이왕 시작한 만큼 끝을 볼 겁니다. 호미 날을 갈고, 날카롭게 그 날을 세울 때의 그 기분, 대장장이 일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아마존 호미’ 후계자로 인정받는, 진짜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 황씨는 2년여를 더 검은 쇳가루, 뜨거운 불과 싸워야 한다.
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