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2일 태국 송클라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이란을 2-1로 꺾었다. 2승의 한국(승점 6)은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남은 3차전(15일 우즈베키스탄) 결과와 관계없이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란(승점 1)이 3위, 중국(승점 0) 4위다.
“고전할 것” 예상 깨고 이란 꺾어
교묘한 심리전으로 상대 팀 압도
치열한 밀당으로 주전 경쟁 유도
김 감독은 높이(1m93㎝)와 힘이 좋은 오세훈(21·상주) 대신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조규성(22·안양)을 원톱에 세웠다. 조규성은 몸싸움이 거친 K리그2(2부 리그)에서 데뷔 시즌(2019년)에만 14골을 기록했다. 또 1차전에서 교체 출전한 정우영(21·프라이부르크)을 이란전에는 선발 출전시켰다.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기 위해서다. 중국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결승골까지 넣은 이동준(23·부산)도 다시 투입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경기 초반부터 화려한 발재간의 정우영에게 상대 견제가 쏠렸다. 그 틈을 노렸다. 전반 22분 이동준이 선제골을 넣었다. 2경기 연속골. 전반 35분엔 조규성이 강력한 중거리슛 결승골을 꽂았다. “한국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며 자신만만했던 에스틸리 감독은 “우리는 좋은 분석팀이 있지만, 전부 다 예상하지는 못했다. 지치지 않은 선수 몇몇이 나올 수 있다고는 예상했다”고 사령탑 대결의 패배를 인정했다.
상대를 심리전으로 교란한 김 감독은 제자들과도 ‘밀당’(밀고 당기기)을 펼쳤다. 그는 이란전 승리 후 “우리는 선수층이 두껍다. 어느 선수가 나가도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김 감독 말이 칭찬처럼 들리지만, 절반은 내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이다. 2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당시에도 선수들의 마음속 절실함을 끄집어내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은 “백승호·이강인이 빠지면서 올림픽팀 선수층은 두꺼운 편이 아니다. 특출난 선수가 없어 골키퍼를 빼고는 확실한 주전이라 할 만한 선수도 없다. 김 감독은 긴장감을 지속시키면서 대회 내내 경쟁체제를 유지할 것 같다. 그래도 8강쯤이면 주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회 3위까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한국이 본선에 오를 경우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회 연속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