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해경은 아이들의 목숨에는 한 치 관심도 없이 의전만 챙겼습니다. (유가족 측)”
지난 9일 나온 법원의 답은 “구속할 수 없다”다. 법원은 현시점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했다. 세월호 참사의 무게를 모를 리 없는 법원이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걸까.
“구조 실패 처벌은 하늘의 별따기”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구조를 잘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사례가 쏟아진다면 그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며 “업무상 과실 적용 범위는 좁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비슷한 사례다. 당시 유족들은 부실 대응 논란이 있던 소방 지휘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사후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무리이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었다. 세월호 역시 이런 ‘결과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5년 9개월 시간이 발목 잡았다
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는 “영장 담당 판사가 무엇보다도 시기 문제를 가장 염두에 뒀을 것”이라며 “5년 9개월 동안 여러 번의 수사와 조사를 통해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는데 이제 와서 증거 인멸을 우려해 구속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특수단 내에서도 시간이 많이 흐른 점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에 고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거의 마지막 수사 기회인 만큼, 특수단으로서는 설령 발부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영장 청구 자체를 안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봤다.
123정장 판례에 기대 건다
김 전 정장의 판결문에는 그의 상관인 “해경 지휘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문구가 적시됐는데, 여기서 말하는 해경 지휘부가 바로 김석균 전 청장 등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청장 등이 무전기 등을 통해 현장으로부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도 폭넓게 처벌하는데, 더 지켜봐야”
지난 2001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일본 아카시시 불꽃놀이 축제 사고 현장을 지휘한 경찰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한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당시 몰려든 인파로 11명이 사망했다. 2015년 김경일 정장 유죄 판결이 일본에 이은 두 번째 사례라고 알려져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외국에 판례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오히려 (이 사건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직권남용죄도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넓게 처벌하는 추세가 굳어져 가듯이 업무상 과실치사죄 역시 새로운 흐름의 판례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수단은 김 전 청장 등에 대해 보완 수사를 거친 뒤 영장을 다시 청구할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