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되짚어 봐도 이번 인사는 잔인하고 참담한 복수극이다. 대검찰청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와 울산 선거 의혹 수사를 각각 지휘했던 검사장들이 부산고검 차장,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관련 수사를 이끌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와 먼 자리(법무연수원장)로 밀려났다. 반면에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성윤)이 배치됐다. 검찰 간부 32명을 불과 반년 만에 물갈이함으로써 청와대 수사에 앙갚음하고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모양새다.
“총장이 명 거역”은 진실 가리는 궤변
후속 인사로 수사 봉쇄는 국민이 심판
지금 청와대 수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인사에 깔린 속셈대로 수사를 유야무야로 마무리짓는다면 검찰 조직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간부들 얼굴이 바뀌었다고 해서 수사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검사들의 직업적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지금까지 진행돼 온 대로 추호의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 청와대와 여당의 어떤 인물들이 개입했는지 그 면면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역시 불법적인 입김을 불어넣은 자들을 있는 그대로 가려내야 할 것이다. 윤 총장과 검찰 간부들은 거취를 표명하는 대신 그 결연한 각오로 수사를 끝까지 해내야 한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제 더는 검찰 수사를 흔들려고 해선 안 된다. 후속 인사와 직제 개편을 통해 제2, 제3의 제동장치를 둘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후속 인사가 있더라도 청와대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담당 부장검사와 주임 검사는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순리다. 지난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서울중앙지검 등 직접수사 부서 폐지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김준규 전 검찰총장)는 비판을 현 집권세력이 허투루 듣는다면 결국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