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원도 원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센터에 설치된 ‘워크 스루(walk through)’의 모습이다. 워크 스루는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행할 수 있는 출입구다. 카드를 갖다 대고 카메라 앞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기존 정부청사 출입구와는 확연히 달랐다.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보니
멈추지 않고 통행하는 ‘워크 스루’
인천공항·제주카지노서도 도입
스마트폰으로 찍어 위조지폐 감정
긴급 DNA 감정 72시간 안에 통보
디지털분석과는 위조 화폐 감정도 매년 400~500건씩 한다. 2018년에는 휴대용 위조지폐 감별장치를 스마트폰에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국과수의 특허 중 하나다. 일선 경찰이 위조로 의심되는 지폐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위조지폐 여부를 간이 확인할 수 있다. 감정과 회신까지 2~3주가 소요됐던 시간이 평균 1~2일로 단축됐다.
필적이나 예술 작품 등의 감정도 디지털분석과의 몫이다. 2015년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한 그림이 미술품 경매에서 거래됐다. 범인들은 해당 그림 감정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위작을 팔아넘겼다. 이들은 컬러프린터를 통해 가짜 감정서를 출력했다. 여기에 비밀이 있었다. 컬러프린터로 종이를 뽑으면 회사별로 다른 패턴을 가진 노란색 점들이 찍혀 나온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A4 용지를 확대해 파장을 조절하면 확인할 수 있다. 강태이 국과수 지능형위변조연구실장은 당시 프린터의 일련번호까지 찾아내 범죄를 입증했다. 실제 판독기에 가상으로 위조한 문서를 넣어봤다. 눈으로 보는 400~800㎚(나노미터) 파장에선 4.5%라고 쓴 것 같았다. 기계에 넣어 적외선 파장으로 보니 숫자 1을 4로 고친 흔적이 선명했다.
앞으로 과학수사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연구진들은 얼굴 인식 프로그램의 성능을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폐쇄회로 TV(CCTV)에 적용해 발전시키면 사람보다 정확하게 판단하는 얼굴 인식 인공지능(AI) 엔진이 탄생할 수 있다. 범죄 현장의 CCTV에서 아주 멀리 있는 얼굴을 식별하는 단계도 가능하다.
이중 과장은 “앞으로 수년 안에 CCTV 얼굴 인식 분야에서 AI가 사람의 능력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능력은 과학수사에 최우선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거리를 돌아다니는 주인공을 알아보는 광고탑과 같은 세상이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원주=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