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미국의 새로운 힘을 실감하고 있다. 미국을 거대한 산유국으로 만든 ‘셰일오일’이다. 예전에는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 유가가 하루에 5%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예사였다. 그러나 최근 긴장 국면에서의 상승세는 완만하다. 지난해 9월 사우디 유전에 대한 드론 테러 때도 반짝 상승세를 보인 뒤 이내 안정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는 미국이 2014년 원유 생산량 세계 1위 국가로 오른 뒤 국제 원유시장에 구조적인 공급 증가 요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은 2012년 배럴당 90달러 내외에서 최근에는 40달러 내외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학균 센터장이 본 금융시장 전망
증시·유가·금값 빠른 안정 뒤엔
미 ‘셰일오일’이 이끈 저금리의 힘
세계경제 회복 기대감은 약화돼
중동리스크 장기화 땐 한국 타격
다만 금융시장의 우려는 불확실성의 확대다. 불똥은 언제든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으로 튈 수 있다. 중동 석유의 최대 교역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걱정도 여전하다.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적 상황에 따라 ‘중동 리스크’는 언제든지 악화할 수 있다.
미·이란 충돌에도 오른 나스닥 지수
세계 실물경제의 회복 강도는 금융시장에 비해 훨씬 무겁고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전망치(2.7%)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중국 성장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을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세계은행은 미국·이란 갈등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영국의 조사기관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이란 긴장이 군사적 충돌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3~0.5%포인트 덜어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물가는 3.5~4.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금융투자업계에서 손꼽히는 거시경제, 장기 투자전략 분야 전문가로 여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