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태근은 무죄라 봤나
대법, 안태근의 서지현 통영지청 발령은 "재량 범위"
인사권 본질 반하지 않아…추미애·조국 영향에 주목
서지현 측 "도저히 납득 못해, 직권남용 좁게 해석"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인사라 실무자가 부당한 지시로 '의무에 없는 일'을 했을 때만 적용되는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정이다. 서 검사 측 법률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직권남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안 전 국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추미애와 양승태 영향은
부천지청장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이번 판례는 인사권을 둘러싼 직권남용 혐의의 적용을 제한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안태근 원심이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면 추 장관도 안심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파기환송되며 한숨은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안 전 국장 판결은 기존 법리로도 무죄를 포섭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인사권에 대한 새로운 법리를 내놓은 건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례별로 각각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직권남용에 신중한 대법원
대법원은 향후 전합 결정을 통해 적폐청산 수사 이후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온 직권남용 법리를 포괄하는 새로운 직권남용 판례를 내놓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안태근 판례는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논의 중인 직권남용 법리와는 분리해 봐야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안 전 국장이 이달 중순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먼저 내린 판결"이라 말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사건을 두고 진보와 보수 대법관 사이에 이견이 있어 올해 3월 조희대 대법관 퇴임 전 직권남용에 대한 전합 결론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직권남용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이견이 상당하다"며 "대법원이 서둘러 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모두 잡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진보와 보수 정부 인사들이 모두 직권남용으로 기소돼 사실 대법원에선 직권남용 판단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무죄라면 모두 무죄고 유죄여도 모두 유죄이기 때문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