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야권 통합을 강조했다. 전날 ‘보수 재건 3원칙’ 수용 발표가 불발되며 통합 전선에 먹구름이 낀 것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힌다. 한 한국당 인사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의 유일한 접점이 반(反)문 정서 아니겠나. 협력하자는 뜻을 재차 전달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말한 대통합이 현재로선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 짓자)을 두고 황 대표가 당내 친박과 새로운보수당 사이에 끼인 형국이다.
‘3원칙 수용 발표’ 방안은 당초 한국당과 새보수당 물밑 협상에서 거론됐다고 한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발표는 물론 양당이 1차 합의문을 내는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한국당 측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갑자기 황 대표가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황 대표는 6일 오전 보수 인사들을 만날 때만 해도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이 직접 황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황 대표는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여러번 (3원칙에 동의한다는 뜻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총선 지분’이라는 실리적 다툼도 있다. ‘낡은 집을 허물자’는 원칙에 따라 자칫 밀려날 수 있는 의원들은 불안감이 크다. 대부분 영남권 의원들이다. 한 TK(대구ㆍ경북) 지역 의원은 “총선만 바라보고 지역구에 올인하고 있는데 ‘왜 유승민에게 질질 끌려다니며 저자세냐’는 성토가 나온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 일각에선 “새보수당이 한국당을 너무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는 시선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유 의원이 자의적으로 짜놓은 3원칙 프레임에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더니, 이제는 ‘진정성이 없다’ '공개적으로 인정하라'며 몰아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양보는 서로 하는 것인데 새보수당에선 ‘한국당만 포기하라’는 식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발표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당내 기반이 취약한 ‘황교안 체제’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 한 인사는 “용퇴론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황 대표가 특정 세력의 반발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