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간사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의 핵 해결 조건은 자신들을 옥죄는 제재는 모두 풀어주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보장을 통해 북한 위협을 견제하는 한·미 연합방위체제까지 사실상 해체해 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비핵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때만 해도 김 위원장은 완전하게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협상 기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단거리 미사일도 10여 차례 쐈다. 핵탄두 소형화와 고도화도 지속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신감에서인지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정면돌파전’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 등 도발적인 용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 안보가 다시 위기로 내몰린 형국이다.
그러나 비핵화에 나서야 할 미국은 폭발성이 큰 이란 사태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52곳 타격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군의 이란 민항기 요격(1988년)으로 희생된 민간인 숫자인 ‘290’을 기억하라며 보복성 말로 맞받아치고 있다. 이란 사태가 더 격화되면 북한 비핵화 협상은 실종될 수도 있다. 그 결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도발을 지난 연말에서 다소 미루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2~3월로 추정하고 있다. 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 대남 미사일 공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하지만 도발은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와 경제 회복에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것이다. 미국의 참수작전 역시 상황에 따라 북한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비핵화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엄중한 시기에 정부는 북한의 어떤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